사회 검찰·법원

"아들 처벌 말라" 친부 불원에도 벌금형 판정에 대법 "무효"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9 14:51

수정 2026.06.09 14:50

대법원. 뉴스1
대법원. 뉴스1

[파이낸셜뉴스] 아들에게 폭행당한 친부가 아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벌금형이 내려진 재판에 대해 대법원이 무효 판정을 내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존속폭행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된 A씨에 대한 재판에서 원판결을 파기하고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22년 11월 충남 천안시의 한 마트 앞에서 친부 B씨에게 금전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매장에 진열된 족대로 B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직후 친부 B씨는 수사기관에 "아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확약서를 제출했으나, 검찰은 이듬해 10월 A씨를 존속폭행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법원 역시 이를 간과한 채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고, A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형법상 존속폭행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수사 단계에서 이미 처벌불원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면 기소할 수 없음에도, 검찰의 청구와 법원의 명령이 연쇄적으로 잘못 내려진 것이다.

뒤늦게 법령 위반을 확인한 검찰총장은 지난해 5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제기했다.
비상상고는 판결이 확정된 후 해당 사건의 심판이 법령을 위반한 것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시정을 요구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대법원은 비상상고의 이유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약식명령 청구 전에 이미 수사기관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므로, 이 사건 공소제기(약식청구)는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