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투표용지 부족' 증거 보전 산넘어산...법원 설득 가능할까

정경수 기자,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과거 투표함과 투표용지 등 실물증거 보전은 다수 인용됐지만 서버나 개표기 등 디지털 증거는 보전 기각 법조계 "이번에도 같을 것" 예상 합수본, 이번주내로 출범하면 선관위 고위인사 줄소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시민들이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시민들이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증거보전 신청이 인용될지 주목된다. 재판부가 신청을 인용하게 되면 선거 당일 사용됐던 투표함과 투표용지, 폐쇄회로(CC)TV 등에 대한 보관조치가 이뤄진다.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실물 증거에 대한 보전은 인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서버 등 디지털 자료에 대한 포렌식과 증거보전 신청 인용 가능성은 정보 유출 등을 우려해 기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증거들이 재선거와 선거무효, 손해배상 등 본안 심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 "실물증거 보전 인용 가능성 ↑"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혁신당 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김정철 후보와 천하람 원내대표는 전날 서울동부지법에 투표함과 CCTV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했다.

공직선거법 228조에 따르면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은 개표 완료 후 선거쟁송을 제기할 때 증거 보전을 위해 관할법원에 투표함과 투표지, 투표록 등 보전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이 인용되면, 해당 증거들은 법관 참여 하에 안전한 장소로 이송된 뒤 향후 본안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된다. 개혁신당 측은 본안 소송으로 당선무효에 따른 재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실물 증거에 대한 보전 인용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본안 판단을 위해 실물 투표함을 직접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서라도 보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선거무효 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에서의 손해배상 등에서 중요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선거법에 의해 선거 무효를 다투는 것이라면 취지에 맞는 증거보전 신청으로 보여 많이 인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선거 무효 소송에서 투표용지를 다루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다투는 것이 의미가 없어 인용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론이 '부실투표' 논란에 대한 진실규명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는 만큼, 법원에서도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를 전문으로 하는 A변호사는 "선관위에서 집계를 했고, 집계를 검증하기 위해 실물 투표함이 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법원이 적극적으로 보전 필요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결국 법원은 해당 증거들이 '멸실 우려'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전망이다. 증거 보전 이외에 다른 보충적 수단이 없어야 하고, 보전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증거가 훼손되는 등의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변호사는 "법원에서 사법절차상 증거를 확보해둘 필요성을 따져볼 것"이라며 "보전 신청한 증거(투표용지나 투표함)가 향후 본안 판단에 돌입했을 때의 의미 등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디지털 증거는 인용 가능성 낮아"

반면 선관위 서버 등 디지털 증거에 대한 보전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검경 합수본이 강제수사에 착수한다면 포렌식 등의 절차는 가능하겠지만, 서버 등을 따로 증거 보전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취지다.

관계자들은 과거 디지털 증거에 대한 증거 보전이 기각됐던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 발생 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선관위 서버 등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또 지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 후 나동현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가 증거보전 신청을 했지만, 투표함과 투표지 등 실물 증거는 인용, 선관위 서버와 개표기 등은 모두 기각됐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법원의 판단이 실제 투표함 등 실물 증거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 변호사는 "굳이 서버까지는 열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실제 투표함과 투표 용지 등으로만 확인해도 무효인지 아닌지 판단이 된다. 굳이 디지털 증거까지 보전을 한다면 과잉이라고 판단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상영 법무법인JR 변호사는 "선관위 자체 메신저 등을 보전할 수는 있겠지만, 보전 대상을 특정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의사결정권이 있는 특정 직원들 위주로 신청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증거 보전 후 수사 과정에서 진행될 유출 등 여러가지 우려사항들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 변호사는 "디지털 자료를 잘못 공개했다 선거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며 "관련 정보 유출도 있어 손해 보는 것이 크니까 재판부 입장으로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투표용지 부족 사건을 수사할 검경 합수본은 이번주 내로 구성을 완료, 본격적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인적 구성을 완료한다면, 선관위 고위인사를 차례로 불러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정경수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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