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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 개혁 마무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9 18:57

수정 2026.06.09 18:57

최근 3년간 괄목할 수익률 거둬
적립기금 1800조원 상회 전망
기금 소진 2095년으로 늦춰져
주식 조정, 기계적 매도 아닌
신규 재원 해외자산 배분 통해
자연스러운 희석 방식 접근을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2025년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3%로 조정함으로써 적립기금 소진 예상연도를 2064년으로 늦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개혁 직후부터 다소 미흡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5차 재정계산위원회가 정책 목표로 제시한 2093년까지의 기금 유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3년의 기금운용 성과와 향후 수익률 전망을 함께 놓고 보면, 그 평가는 달라진다. 기금운용 성과가 제도 개혁의 공백을 메우며 연금개혁을 사실상 완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최근 3년 괄목할 만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2025년 한 해에만 수익률 18.82%의 역대 최고 성과를 달성했고, 2026년에도 코스피 급등과 해외자산 호조에 힘입어 적립기금은 180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성과 배경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글로벌 인공지능(AI)·로봇 혁명의 흐름을 타고 큰 폭으로 상승한 것과 정부의 금융시장 선진화 정책이 주효했다. 해외주식 비중 확대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도 기여했다.

기금운용 성과는 연금재정 전망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추산한 바로는, 최근 성과를 기반으로 향후 연 5.5%의 수익률이 계속된다면 기금 소진 예상연도는 2095년으로 늦추어져 5차 재정계산위원회가 목표로 삼았던 2093년까지의 기금 유지가 달성된다. 2025년 제도 개혁만으로는 부족했던 30년의 간극을 기금운용 성과가 채워주는 구조다. 기금운용의 성과로 연금개혁이 완성되는 것이다. 가입자와 수급자의 추가 고통 없이 기금운용 수익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발군의 사례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성과 의미는 생각보다 깊다. AI·로봇 혁명이 불러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소수의 대기업 주주에게만 막대한 이익을 집중시킨다는 비판을 낳고 했다. 일부에서는 초과이익의 사회적 공유를 별도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그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주주로서 이들 기업이 창출한 가치 상승을 기금수익으로 흡수하고, 이를 전 국민이 가입한 연금의 재정 안정으로 환원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 과실이 자본시장을 통해 공적연금 재정으로 흘러드는 이 구조야말로 별도의 세금이나 규제 없이 작동하는 가장 효율적인 이익공유 모델이다. 국민연금이 대형 성장주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공유의 실현 수단이 되고 있다.

다만 이 성과를 기금운용 성과만으로 귀속시켜서는 안 된다. 2025년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이 인상되면서 기금에 유입되는 재원의 규모 자체가 커졌다. 더 많은 보험료가 투입되었기 때문에 같은 수익률로도 더 큰 절대 수익금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개혁이 없었다면 기금 규모는 작았을 것이고, 운용 성과의 파급력도 반감되었을 것이다. 적립방식 연금제도에서 연금개혁과 기금운용은 상승적 관계이며, 어느 하나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성과에 안주하기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한다. 평가이익의 상당 부분이 미실현 상태이고, 국내주식 비중이 이미 계획치를 초과하여 30% 내외에 달한 점은 새로운 긴장 요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으로 담기 어려운 높은 주식성과로 리밸런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대미문의 폭발적 주식시장 성장으로 자본시장의 구조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기금운용계획이 만들어져야 한다. 특정 시점의 평가이익을 구조적 개선으로 해석하는 낙관론적 편향을 경계해야 하고, 하방 시나리오와 스트레스 테스트를 병행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구조적으로 아직 확장기에 있는 국민연금에서의 국내주식 비중 조정은 기계적인 매도가 아닌 신규 유입 재원의 해외자산 배분을 통한 자연스러운 희석 방식으로 접근해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더욱 바람직하게는 기금운용 평균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6.5%를 상회할 수 있도록 하여 급여지출이 본격화될 때 발생 가능한 멜팅다운(melting down·기금 잠식)을 막는 것이다.


최근 3년간 국민연금의 빛나는 성과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연금개혁이 기반을 다지고, 기금운용이 그 위에서 성과를 만들어낸 결과다.
이제 과제는 이 성과를 일시적 호황으로 소모하지 않고, 적립기금 소진 방지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한 지속적 역량 강화로 이어가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