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수익률 낮은 아파트 월세 시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9 18:57

수정 2026.06.09 18:57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최근 아파트 시장을 두고 '월세나 전월세 전환율이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뉴스만 보면 월세 시장이 임대인 우위로 급격히 재편되고, 월세 투자 수익률도 좋아진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이 두 용어를 동일 선상에서 해석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전월세 전환율과 월세 투자 수익률은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전월세 전환율의 출발점은 전환가격이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보증금 1원당 얼마의 월세를 받을지 결정하는 비율이다. 이 지표의 용도는 명확하다. 임차인에게는 전세와 월세 중 어느 쪽이 주거비 측면에서 유리한지 따지는 기준이 되고, 임대인에게는 '보증금 대신 월세를 얼마로 책정할지'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 된다. 기준금리와 비교해 현재 월세가 적정한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투자자 관점의 월세 투자 수익률은 전혀 다른 질문에서 시작한다. 투자금액 대비 세전 임대수익의 비율인 명목 수익률을 기준으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게를 차릴 때 초기 투자자금 대비 예상 매출과 총수익률을 따져보는 것과 유사하다. 다시 말해 투입한 자본이 외견상 얼마의 수익을 창출하는지 그 '체급'을 먼저 비교하는 원리다. 문제는 이 두 개념이 시장에서 자주 혼용된다는 점이다. '전월세 전환율이 4~5%대이니 월세 수익률도 그만큼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대표적이다. 현실은 딴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4.7%, 수도권은 5.1%, 전국은 5.3%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 아파트 월세 수익률은 이 수치에 턱없이 못 미친다. 서울의 경우 적게는 2%대, 많아야 3%대를 넘는 곳을 찾기 힘들다.

이들은 계산의 출발점부터 다르다. 전환율은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기준으로 따지지만, 투자 수익률은 집을 살 때 들어간 매입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매매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아파트 시장에서는 월세가 아무리 올라도 매매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5.47%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지수는 3.63% 오르는 데 그쳤다. 전세(3.49%)보다는 높지만 매매가 상승률보다는 확연히 낮다. 결과적으로 아파트 월세 시장은 기묘한 모순에 빠져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월세 부담이 눈에 띄게 커졌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은 자산이다. 아직 전세제도가 남아있기도 하지만 급등한 매매가격 탓에 초기 투자금 장벽이 너무 높아진 게 핵심 요인이다. 아파트는 월세라는 현금흐름보다는 자본이득으로 보상을 받는 부동산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 수치가 아니라 어떤 기준 위에서 도출되었는지 본질을 꿰뚫어 보는 일이다. 전월세 전환율의 상승은 주거비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일 뿐 아파트 월세 투자의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다. 이 두 개념을 명확히 분리하지 않으면 월세 시장의 착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월세를 받아 노후 생계비를 마련하려는 고령 은퇴자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전면 월세 시대가 도래하면 월세 투자 수익률은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점이 오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