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빚투에 몰리는 청년들, 그래서 못 버는 청년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9 19:00

수정 2026.06.09 21:21

한영준 증권부
한영준 증권부
"막차라도 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마이너스 통장으로 1억원을 빌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투자한 30대 직장인의 말이다. 그는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세를 "사실상 마지막 사다리"라고 표현했다.

포모(FOMO·소외 공포)가 청년들을 빚투(빚내서 투자)로 몰고 있다.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8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후 갚지 않은 금액으로, 빚투의 대표적인 지표이다. 코스피가 가파르게 오를수록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가파르게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이들은 빠르게 올라탔다. 지난달 상장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첫날 거래대금만 약 10조4000억원에 달했다.

지금 청년들은 실패의 두려움보다 포모의 초조함이 더 크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주식으로 큰돈을 번 또래를 본 청년들은 자산 격차가 이미 벌어졌다고 느낀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에서 주식·채권·펀드를 보유한 가구 비중이 거의 2배로 늘었고, 소득분위별 금융자산 격차도 더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앞에서 주식은 그나마 닿을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로 여겨진다. 청약통장을 깨고 빚을 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문제는 결과다. 빠른 수익을 좇은 청년들의 성적표가 오히려 가장 초라하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수익률 1위는 60대 이상 여성(26.9%)이었다. 20대 여성은 24.8%, 20대 남성은 19.0%로 전 그룹 중 꼴찌였다. 갈린 것은 매매 습관이었다. 남성 평균 주식 회전율은 181.4%로 여성(85.7%)의 두 배를 넘었다. 우량주를 길게 들고 간 쪽이 이겼고, 종목을 자주 갈아탄 쪽이 졌다. 빚투의 손실은 더 가팔랐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조정 국면에서 개인 계좌 약 460만개를 분석한 결과, 신용융자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19%로 일반 투자자보다 두 배 이상 낮았다. 특히 20대 빚투 소액 투자자의 손실률은 일반 투자자의 3배가 넘었다.

사다리가 무너진다는 청년들의 두려움은 실재한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단기 수익률 추구와 레버리지로 향할 때, 결과는 격차 해소가 아니라 격차 확대였다. 빠르게 벌려다 가장 못 버는 역설이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무너진 사다리를 탓하기 전에 올라타려는 것이 사다리가 맞는지부터 따져볼 때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