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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도체 이전, 균형발전책이라도 결정권은 기업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0 19:09

수정 2026.06.10 19:09

삼성전자 등 호남에 공장 신설 검토
인력 확보, 산업 환경 등도 고려해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내부/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내부/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일부 대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거점을 충청·호남권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열릴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간담회에서 이런 방안이 공개될 것이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반도체 공장을 신설 또는 증설할 계획인데 광주·전남 장성, 충남 온양 등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징 후공정 공장을 광주특별시에 설립하고, SK하이닉스도 패키징을 비롯한 일부 후공정 시설을 호남에 지을 수 있다는 구체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두 반도체 기업의 이런 구상은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이른바 '5극 3특'이라는 이름으로 지역발전 계획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인구 급감으로 소멸위기에 몰린 지방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반도체 기업들의 호남 등지 이전은 그런 의미에서는 이유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호남 지역은 태양광·해상풍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량이 풍부하고 땅값도 저렴해 부지 확보도 용이하다고 한다. 해남 솔라시도에는 이미 삼성 주도로 2조5000억원 규모의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가 추진되고 있어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다.

수도권과 영남 지역에 비해 산업시설이 부족한 호남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지역발전을 위한 성장엔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차그룹도 새만금을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시설, 수소 인프라 등을 포함한 미래산업의 거점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런 논의는 정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기업에 최우선의 결정권을 줘야 한다. 기업으로서는 가까운 지역 또는 한곳에 공장들과 협력업체들이 모여 있어야 의사결정과 전체적인 운영이 유리할 것이다. 입지가 나쁜데도 정부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이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종 판단은 기업에 맡겨야 한다.

균형발전은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지역은 인재 확보와 협력업체와의 소통, 교통 문제 등에서는 불리하다. 수도권 집중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영남 지역의 역차별이다. 반도체 기업의 양대 산맥인 두 대기업이 모두 호남 지역을 신규 투자처로 정한 것은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일부 여당 인사들은 최근 용인반도체 산단을 새만금 등 호남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물론 호남 지역의 산업시설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인 지원 또한 균형발전에 역행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 전략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경북 구미의 소재·부품 단지도 포함돼 있다. 이번 논의와는 상관이 없지만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균형발전은 국가적 과제이지만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고려해서 추진해야 한다.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도외시하고 정치적 논리로 공장 입지가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다. 5극3특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지역에 적합한 업종을 선택하고 기업의 의견을 존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