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 농협중앙회 베트남사무소장
람동성에서 용과를 생산하는 호아레 농업협동조합은 생산된 용과가 베트남 유기농 기준(VietGAP)을 충족해 생산량의 80% 이상을 중국, 유럽,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베트남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용과는 수출용만큼 인기가 높지 않다.
즉, 생산한 농산물이 세계 여러 시장의 수출 기준을 충족한다면 국내 소비도 더 수월해야 하나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가격인데, 가격은 베트남 소비자의 구매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동탑성 호아록 모래망고 협동조합에 따르면, 호아록 모래망고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kg당 약 7만₫으로, 태국·인도·중국 등에서 수입되는 망고보다 ㎏당 약 2만동 비싸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구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비싼 가격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즉, 여러 농업협동조합들이 수출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상승된 생산 비용으로 인해 판매 가격이 높아지면서 국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역설은 수출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들이 베트남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껍질이 검게 변한 잘 익은 바나나를 선호하는데, 이는 잘 익은 바나나가 더 달콤하고 향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 소비자들은 껍질이 단단한 덜 익은 바나나를 더 선호하는데, 이는 덜 익은 바나나가 건강에 좋은 영양소가 더 많이 함유되어 있고 신선하고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용 자몽과 오렌지는 신선해야 하지만, 베트남 소비자들은 약간 시든 자몽과 오렌지를 선호한다.
셋번째 이유는 수출은 주로 기술 표준 충족에 초점을 맞추면 되지만, 국내 판매는 소비자의 인식과 구매 습관이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해외 고객들은 원산지·균일성· 포장 규격 등 일반적으로 명확한 기준 체계에 따라 농산물을 구매한다. 즉, 그들은 단순히 농산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품질 시스템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소비자들은 해당 농산물이 선진국의 수출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포장이 매력적이지 않거나 브랜드 인지도가 약하거나 차별성이 부족하다면 선택하지 않는다. 또한, 다양한 농산물이 전통시장·온라인·슈퍼마켓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쉽게 찾을 수 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농산물이 풍작을 이루고 품질은 전혀 떨어지지 않음에도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 베트남 농업협동조합은 농산물 생산 뿐만 아니라 브랜딩·유통체계 강화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품질은 단순히 필요조건일 뿐이고, 이제는 소비자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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