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李정부의 지역외교 전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1 19:24

수정 2026.06.11 19:24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프랑스에서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초청을 받아 참석하고 있다. 한국은 2020년 이후 꾸준히 G7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았다. G7 초청이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말이 진부할 만큼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의 위상은 높고 견고하다. 높아진 위상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우리는 이런 위상에 걸맞은 적극적이면서도 치밀한 글로벌·지역 외교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든다.



한국의 지역외교전략과 비전은 탈냉전 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냉전 시기 한국은 강대국이 만든 냉전질서 속에 옴짝달싹하기 어려웠다. 개발도상국인 한국의 국가 역량은 한반도 문제 관리를 위한 외교도 벅찼고 적극적 지역 정책, 비전은 먼 이야기였다. 냉전이 끝나면서 비로소 우리 외교를 구속했던 냉전질서도 느슨해졌고, 이어진 경제성장과 민주화로 우리 외교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늘어났다. 한반도와 주변 4강을 넘어 더 넓은 지역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는 이런 배경에서 등장했다. 체제전환을 시작한 공산권 국가들과 적극적인 관계 수립을 통해 한반도 문제 관리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의도가 이 정책에 드러났다.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를 화두로 삼았다. 너무 빠른 확장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후반의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글로벌 차원으로 눈을 돌린 외교 이니셔티브다.

1990년대 말 경제위기 속에 탄생한 김대중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최우선으로 했다. 함께 위기를 맞은 동남아 국가들과 연대를 통한 위기극복을 지역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다. 아세안+3 등 동아시아 지역협력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이런 지역외교 전략의 결과였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만든 남북 화해의 분위기를 계승하면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동북아로 투영한 동북아 균형자론에 기반한 동북아중심국가 전략을 추진했다.

이어진 이명박 정부는 신아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했다. 아시아 전반으로 외교적 초점을 확대하면서 한국의 구체적인 경제이익 실현을 앞세운 중상주의적 지역외교 전략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다시 동북아로 회귀해 동북아평화협력구상, 그리고 후반에는 이를 북방으로 연장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지역외교 전략으로 삼았다.

격화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 천착하면서도 아세안, 인도를 포함한 신남방정책과 북쪽으로 눈을 돌린 신북방정책을 펼쳤다. 주변 4강 외교를 벗어나 외교적 다변화라는 화두를 실천했고,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 뒤를 이은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 정책을 앞세웠다.


이재명 정부는 강대국 경쟁에 강대국 일방주의, 글로벌 및 지역질서의 혼란이라는 복합적 위기를 항해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 그 어느 때보다 혼란한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 지형은 향후 글로벌 질서, 지역의 미래와 질서를 어떻게 형성해갈지에 대한 한국의 구체적 비전과 전략을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한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답할 수 있는 이재명 정부의 지역외교전략이 긴요하다는 것은 필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