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선박 추적업체 보텍사(Vortexa)를 인용해 미국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이 지난 5월 하루 평균 105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전략비축유 방출과 높은 생산량에 힘입어 미국은 3개월 연속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자리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러시아의 수출량은 하루 평균 700만배럴, 사우디아라비아는 590만배럴에 머물렀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사우디의 원유 수출은 하루 평균 810만배럴로 미국(660만배럴)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사우디산 원유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고,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의 제재와 드론 공격으로 공급 여력이 줄어들면서 판도가 뒤집혔다.
미국의 에너지 패권 부상은 셰일 혁명에서 시작됐다. 2010년 이후 셰일층 개발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을 거쳐 최대 산유국으로 올라섰다. 2000년 하루 평균 700만배럴 수준이던 미국의 원유 및 액체연료 생산량은 현재 2200만배럴 수준으로 증가하며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에너지 수출을 새로운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셸 브루하드 클레플러(Kpler) 정책총괄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은 이란 전쟁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수단을 확보했다"며 "바로 에너지 수출"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은 유럽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자리 잡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유럽의 움직임 속에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크게 확대됐다. 올해 들어 미국 원유 수출의 약 47%가 유럽으로 향했다. 이는 2021년의 37%와 비교해 10%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아시아 역시 변화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았던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원유 수출의 약 46%가 아시아로 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와 비교하면 뚜렷한 증가세다.
한때 중동 원유에 의존하며 1973년 오일쇼크를 겪었던 미국은 이제 세계 에너지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군사력과 달러 패권에 이어 에너지 공급 능력까지 확보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은 외교·안보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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