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장편영화, 제주서 창작의 미래 묻다… '아이엠포포' 시사회
13일 롯데시네마 제주연동서 개최
김일동 감독·오영훈 지사·전찬일 평론가 시네토크
100% 생성형 AI 장편영화로 주목
AI 영화·지역 콘텐츠 생태계 논의
제주 영상산업 디지털 전환 가능성 조명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장편영화가 제주에서 관객과 만났다. 기술 실험을 넘어 AI가 영화 제작 방식과 지역 콘텐츠 산업, 창작자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묻는 자리였다.
13일 영화 '아이엠포포' 시사회와 시네토크가 이날 오후 3시 롯데시네마 제주연동에서 열렸다.
행사는 'AI 영화, 제주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시사회 이후 김일동 감독과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이영준 제주한라대학교 AX추진 부총장, 전찬일 영화평론가, 이준호 제주특별자치도 정책자문위원 등이 참석해 AI 영화 제작과 제주 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아이엠포포'는 김일동 감독이 연출한 생성형 AI 기반 장편영화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최초 100% AI영상 장편영화'다. 영화는 인간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로봇 '포포'를 중심으로 AI 판단과 인간 존엄, 책임의 문제를 다룬다.
작품은 생성형 AI가 영상 제작의 전면에 들어온 시대적 변화를 보여준다. 기존 영화 제작이 촬영 현장, 배우, 세트, 후반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아이엠포포'는 AI 도구를 활용해 장면과 캐릭터를 구현했다. 시나리오와 연출, 목소리 연기 등 인간 창작의 영역과 AI 기술이 결합한 형태다.
이날 시네토크에서는 AI 영화의 완성도를 현재 기준으로만 평가할 것인지, 기술 발전사의 한 장면으로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일동 감독은 AI 초창기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물과 배경의 일관성 문제를 꼽았다. 당시에는 5초 이상 영상을 안정적으로 생성하기 어렵고, 대사와 입 모양을 맞추는 싱크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 기술로 다시 손보는 방식보다 당시의 결과물을 남기는 데 의미를 뒀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 시기의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아야 AI 영화의 발전사를 볼 수 있다"며 "같은 프롬프트로 최근 다시 만든 영상은 훨씬 적은 시간으로 구현됐다. 그만큼 AI 영상 제작 환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장편영화에 도전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영화는 장편이 돼야 스토리를 전달하고 내러티브를 끌고 갈 수 있으며, 극장과 OTT 플랫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창작자에게 다시 보상이 돌아가고 다음 창작으로 연결되는 순환 사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최초의 AI 장편영화 극장 개봉 사례가 제주에서 탄생했다는 점이 뜻깊다"며 "제주를 통해 이런 사례를 보여줄 수 있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AI 영화를 현재의 실사영화 기준으로만 보는 태도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AI 영화가 아직 관객에게 낯선 영역이지만, 앞으로 3~4년 안에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도 AI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세계 영화계의 흐름도 함께 설명했다.
전 평론가는 '아이엠포포'의 의미를 기술적 완성도보다 이야기의 가능성에서 찾았다. 그는 "현재의 관점에서 완성도에만 집착해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AI 영화는 역사적 과정 속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 평론가는 또 "이 작품은 비주얼보다 이야기가 가진 가능성이 중요하다"며 "AI 시대에 인간 사회가 마주할 윤리적 질문을 던졌고, 그런 점에서 내러티브의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 감독에 대해서도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을 다루는 능력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는 창작력"이라고 말했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가 AI 필름 분야에서 선도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제주에서 AI 필름 페스티벌을 처음 개최한 뒤 짧은 시간 안에 장편영화 제작 사례가 나온 점을 의미 있게 봤다.
오 지사는 "AI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장편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앞으로 AI가 인간과 일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결국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의 AI 정책과 문화산업 전략도 함께 설명했다. 제주도가 2024년 에너지 대전환 계획에 이어 AI·디지털 대전환 계획을 발표했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AI 필름 페스티벌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오 지사는 "도민이 AI·디지털 대전환에 공감하고 함께 가려면 어떤 방식이 좋을지 고민하다 영화제로 가자는 생각을 했다"며 "행정은 창작자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그 무대가 교육과 산업으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한라대학교와 RISE 사업을 통한 교육 확산 사례도 논의됐다. 제주에서 진행된 AI 영상 제작 캠프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과 교수들이 짧은 기간 안에 AI 영상 제작을 경험했고, 이를 다시 교육 현장으로 확산하는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오 지사는 이와 관련해 "2박 3일 과정에서 학생들이 만들어낸 AI 영상 결과물을 보며 큰 가능성을 느꼈다"며 "제주의 역사·문화·자연 자원이 AI와 연결되면 더 많은 문화상품으로 국내외 시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은 제주 영상산업의 새로운 가능성과 연결된다. AI 도구는 제작비와 장비, 인력 장벽을 낮춰 지역 창작자와 학생, 독립 제작자에게 장편 영상 제작의 문을 열 수 있다. 제주의 역사·문화·자연 자원을 AI 기반 콘텐츠와 결합하면 관광, 교육, 문화상품, 크리에이터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생성형 AI 영화는 저작권, 창작 주체, 배우와 성우의 역할 변화, AI 이미지의 윤리성, 영상 완성도 논란을 함께 안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제도와 교육, 제작 윤리, 지역 창작자 보호 장치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아이엠포포' 제주 시사회는 제주가 AI 기반 콘텐츠 제작과 교육,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묻는 현장이 됐다. 생성형 AI가 영화의 제작 문법을 바꾸는 상황에서 제주가 촬영지를 넘어 디지털 창작 실험의 거점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