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물류·말산업 국정과제화 제안… 위성곤 "마사회 이전·거리 등가제 필요"
김민석 총리 주재 광역단체장 당선인 간담회 참석
한국마사회 제주 이전·거리 등가제 도입 건의
전국 말 사육 절반 이상 차지한 제주 강점 부각
연안 항로 '가상도로' 인정해 물류비 보전 요청
전기차·분산에너지 실증사업 지원도 제안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이 제주 물류비와 말산업, 에너지 전환 현안을 새 정부 균형발전 의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주 이전과 '거리 등가제' 도입을 함께 제시하며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을 국가 정책으로 보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면에 세웠다.
15일 위성곤 제주도지사직 인수위에 따르면 위 당선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토대전환 관련 광역단체장 당선인 간담회'에 참석해 제주 핵심 현안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민석 총리는 정부의 국토대전환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새로운 지방시대와 균형발전 계획을 공유했다. 위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제주 물류비 부담 완화, 전기차·분산에너지 실증사업 등 제주 현안을 건의했다.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한국마사회 제주 이전이다. 한국마사회는 말산업 육성과 경마, 말 복지, 관련 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핵심 공공기관이다. 위 당선인은 제주가 전국 말 사육 두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한민국 말산업의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가 한국마사회 이전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산업 연관성이 있다. 제주는 말 사육과 생산, 육성, 조련, 경마, 관광, 문화가 한 권역 안에서 연결되는 지역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한 기관 분산에 그치지 않으려면 산업 현장과 기능이 맞물린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다.
말산업 성과도 근거로 제시됐다. 제주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말산업특구 진흥계획 이행실적 평가에서 2025년까지 11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말산업특구 4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사업 다양성과 일관성, 전국 거점 역할 수행 등을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마사회 제주 이전은 이미 제주도가 정부에 공식 제안한 현안이다. 제주도는 국토교통부에 한국마사회를 1순위 유치 희망 기관으로 제시한 상태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기관을 확정하고 2027년부터 본격 이전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정부 판단이 제주 균형발전 전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위 당선인은 제주도민의 물류 주권과 이동권 보장도 함께 요구했다. 핵심은 '거리 등가제'다. 거리 등가제는 제주와 육지를 잇는 연안 항로를 법적 '가상도로'로 인정해 섬 지역 주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추가 운송비를 보전하자는 개념이다.
제주 물류비 문제는 생활비와 산업 경쟁력에 직결된다. 육지 지역은 도로와 철도 등 국가기간 교통망을 이용해 물류비를 낮출 수 있지만, 제주는 해상 운송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도민과 기업, 농수축산물 생산자에게 전가된다.
위 당선인은 서울과 수도권 시민의 출퇴근을 위한 철도 예산에는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반면 제주도민은 실제 생활에 필요한 물류비를 자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섬이라는 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개인과 지역에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공공교통·공공물류 관점에서 보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거리 등가제가 도입되면 제주산 농수축산물의 가격 경쟁력과 도민 생활물류 부담 완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농수축산물은 운송비가 가격 경쟁력으로 바로 연결된다. 섬 지역 추가배송비와 해상운송비 지원이 매년 예산 논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 당선인은 미래 산업 분야에서도 정부 실증사업 지원을 요청했다. 제주가 전기차 보급과 분산에너지 전환에서 선도적 기반을 갖춘 만큼 AI와 첨단 교통 기술,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실제 지역에서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제주는 전기차 비율이 10%를 넘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이라는 특수성을 지닌다. 분산에너지는 대규모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멀리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 등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체계다. 제주처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고 전력망 제약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실증의 필요성이 더 크다.
위 당선인은 "제주는 전기차 비율이 10% 이상이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이라는 특수성을 지녀 AI와 첨단 교통 기술 등을 실험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적의 테스트베드"라며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국토대전환의 핵심인 앵커기업과 특화산업 육성 과정에서도 제주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말산업과 물류, 에너지, 관광, 1차산업을 각각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제주형 성장산업으로 묶고, 이에 맞는 인재 양성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건의는 위성곤 도정 출범 전 중앙정부와의 정책 조율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지방정부가 출범 직후 성과를 내려면 국비와 제도, 공공기관 이전, 실증사업 등 중앙정부 협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제주의 경우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물류와 교통, 에너지 정책에서 중앙정부의 제도적 보정 없이는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위 당선인은 이날 간담회와 별도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 이유진 기후환경비서관과도 면담하고 제주 현안에 대한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다.
위성곤 당선인은 "제주는 말산업과 청정에너지, 전기차, 분산에너지 실증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제주 특성을 반영한 국가 균형발전 정책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