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증가율'을 볼 때"...8800피의 다음 시험대는
[파이낸셜뉴스] "이제 시장은 실적이 아니라 증가율을 보기 시작할 것이다"
코스피가 전날 8864에 마감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이제는 단순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중심의 실적을 넘어 '증가율' 장세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18일 "지난해 증시는 유동성 장세 성격이 강했다"며 "여기에 작년 9월부터 오랜 기간 하락세를 이어가던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반도체 업황 개선이 본격화되면서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9월을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인공지능(AI) 학습 중심 단계에서 추론 중심 단계로 진화하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했고, HBM 공급이 제한되자 일반 D램과 낸드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메모리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4·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두 기업 실적이 폭발적으로 개선됐다"며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30~40%를 차지하는 만큼 수출 통계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자금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본격화됐다. 1~2월에는 고객예탁금이 130조원 수준까지 늘어나면서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3월에는 전쟁 이슈로 증시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시장은 빠르게 충격을 흡수했다.
이 연구원은 "전쟁은 보통 1~2개월 정도만 시장 변수로 작용한다"며 "4월 이후에는 전쟁이 계속되더라도 증시는 자기 길을 갔다"고 말했다. 실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월 이후 급등했고 국내 반도체주 역시 다시 상승 흐름을 탔다.
그는 "전쟁으로 물가가 오르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적 동결 기조를 유지했지만 시장은 이를 사실상 무시했다"며 "AI 투자라는 강력한 내러티브가 모든 악재를 덮어버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ECB와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이유 역시 추가 긴축이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 연구원은 시장이 간과하고 있는 변수로 금리를 꼽았다. 그는 "AI 투자 수요 덕분에 D램과 낸드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는 금리 변수를 거의 고려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시장이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주 급등 과정에서 옵션 거래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콜옵션 거래가 급증하면서 옵션 매도자들이 위험 관리를 위해 본주를 사들이는 감마스퀴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종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수급 효과는 상승을 더 강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청산 국면에서는 하락 변동성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실적 자체보다 증가율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2·4분기 실적이 좋은 것은 이미 시장이 알고 있다"며 "이제부터는 수출 증가율과 이익 증가율이 얼마나 유지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6월 수출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면 7~8월에도 계속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는 쉽지 않다"며 "실적은 좋아도 증가율이 둔화되면 주가는 오히려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 관심 업종으로 지주사와 유통주, 코스닥을 꼽았다. 지주사의 경우 중복상장 규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할인 요인이 완화될 수 있다고 봤다. 유통업종에 대해서는 외국인 소비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확대 효과를 기대했다. 코스닥에 대해서는 실적 개선보다 순환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스닥이 좋아져서라기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몰렸던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하반기에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함께 순환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