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특허 95%는 무용지물…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 [제16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
<기조강연>
수잔 해리슨 퍼시피언스 LLC 대표
상업적 가치 없는 '장롱 특허'들 넘쳐나
AI시대, 고품질 IP는 국가 생존까지 좌우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 중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5% 미만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는 비즈니스 가치가 전혀 없는 무용지물입니다. 이제 기업들은 '양(Quantity)이 곧 질(Quality)'이라는 낡은 맹신에서 철저히 벗어나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 완벽히 동기화된 고품질의 지식재산권(IP) 확보를 통해 실질적인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이 쏟아내는 특허들이 상업적 가치가 없는 '장롱특허'로 전락한 가운데 단순 실적 채우기식의 낡은 IP 확보 관행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는 날 선 경고가 나왔다. 인공지능(AI) 혁명과 지정학적 위기가 가속화되는 추세 속에서 방산·조선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첨단산업의 생존은 철저히 '질적으로 정제된 IP 무기화'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 특허공공자문위원회(PPAC) 의장을 지낸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수잔 해리슨 퍼시피언스 LLC 대표는 17일 파이낸셜뉴스와 지식재산처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제16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해리슨 대표는 1990년대부터 기업 무형자산 가치를 규명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의 '묻지마 특허 출원'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승진이나 연구원 이탈 방지, 혹은 부서의 단순 성과 지표를 채우기 위해 상업적 목적이 전혀 없는 이른바 '장롱특허'를 남발하는 행태가 기업의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리슨 대표는 "IP는 결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방패가 아니며, 철저한 맥락과 비즈니스 전략 위에서만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자산군"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수익창출과 기술 보호 등 IP 사용에 대한 전략적 목적이 없다면 아무리 유효특허가 많아도 기업가치 제고로는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 내부의 '소통 단절'을 IP의 질적 하락을 부추기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대다수 기업은 법무팀과 연구개발(R&D)팀, 비즈니스 경영진은 서로의 전략을 모른 채 일하고 있다"며 "기업이 창출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목표와 IP 전략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리슨 대표는 전략적 IP 관리 역량이 개별 기업의 생존을 넘어 국가 안보 및 경제의 명운을 결정짓는 중대한 '국가적 과제'로 격상됐다고도 진단했다. 그는 "기술혁신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되고, 상업적 용도뿐 아니라 안보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이중 용도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이다.
나아가 해리슨 대표는 AI의 폭발적 진화와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글로벌 충격파 속에서 IP의 질적 고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요건이 됐다고 경고했다. 그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고 해킹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기존 기업들의 기술을 덮어주던 '영업비밀' 체계는 근본적인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며 "영업비밀에만 의존하던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디지털 데이터 권리'를 구축해 기술유출 리스크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별취재팀
박신영 팀장 김동호 조은효 김학재 강구귀 임수빈 김동찬 정원일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