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 등 임금 상승이 물가 자극… 하반기 3% 갈 것" [꿈틀대는 물가]
한은, 물가안정목표 운영 점검
소득개선 등으로 수요측 압박 커져
내년 소비자·근원물가 2.3% 전망
전쟁끝나도 유가 복귀엔 시간 걸려
고유가·고환율 영향 하반기 본격화
한국은행이 중동 사태가 마무리된 만큼 내년에는 국제유가 비용 상승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이 줄겠지만 수요 측의 압박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성과급이 산업 전체의 임금 상승을 유발하면 인플레이션이 자극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영주 한은 조사국 물가고용부장은 17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김 부장은 "내년에는 유가 상승 압력이 감소하겠지만 수요 측 압력이 점차 커지면서 소비자·근원물가 상승률은 목표수준(2.0%)을 상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을 모두 2.3%로 전망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었다면 앞으로는 반도체 기업 실적이나 성과급 등에 따른 소득여건 개선, 전반적 임금 증가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같은 인식이 드러났다. 한 금통위원은 "올해 1·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크게 상회하고, 반도체 기업의 전례 없는 영업이익 등으로 가계소득과 정부 재정여건이 양호해지면서 수요 압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관련 부서도 "공급충격이 물가에 우선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향후 수요 압력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점검 자료에는 정보기술(IT)부문의 이례적인 특별급여(성과급)가 여타부문 임금 인상으로 확산될 때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도 담겼다. 올해 1·4분기 명목임금만 봐도 전년 동기 대비 3.4% 올랐는데 IT부문의 성과급 기여도가 1.3%p였을 정도로 그 몸집이 컸다.
황수빈 조사국 고용동향팀 과장은 "큰 금액의 특별급여가 일부 사업체에 집중돼 지급되는 경우 물가 상방 압력이 유의하게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내년 중 예정된 IT부문 일부 대기업의 상당 규모 성과급 지급은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봤다.
이지호 한은 조사·통계담당 부총재보도 "IT 전문인력들의 소위 '휴먼무브'가 있을 테고, (대규모 성과급을 받거나 임금이 오르는 기업) 인근의 외식물가가 상승하거나 백화점 매출이 늘어나는 등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올해까지는 공급 측 인플레이션 압박도 그대로 살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은 각각 3.0%, 2.6%로 예상됐다. 이란전쟁의 종전협상이 타결된 만큼 석유류 가격은 하향 조정되겠지만 2차 파급효과가 문제로 꼽힌다.
김 부장은 "고유가·고환율로 높아진 비용 측 가격인상 압력이 석유류 이외 품목으로 점차 확산될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엔 유가 상승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점차 높아질 전망"이라고 짚었다.
김 부장은 종전협상이 최종 타결되더라도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인프라 복구, 각국 재비축 수요 등이 몰리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 후 공업제품 등 비에너지 품목에 대한 간접효과가 발현되기 시작했고, 1년 정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송 한은 총재 역시 "종전으로 호르무즈해협에 갇혔던 선박이 빠져나와 원유 공급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효과는 있다"며 "하지만 생산 재개를 위해선 파이프를 뚫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에 전쟁 전 수준으로 복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