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한반도 비핵화 ‘동상이몽’
한반도 비핵화가 주변 강대국들의 엇갈린 시각 속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 비핵화 채택을 두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 내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도 북핵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뉴욕 유엔본부에서 191개국 회원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도 이 같은 시각차가 그대로 표출됐다. 평가회의에 참석한 외교부 출신의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북한 비핵화 문구가 채택되지 않자 노골적인 유감을 국제사회에 표명했다. 또한 북한이 결코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주도해야 할 통일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번 평가회의를 마무리하면서 NPT 체제 강화를 위한 합의문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란 핵문제와 관련한 글로벌 강대국들의 대립 속에 합의문 채택조차 불발됐다. 북핵 관련 문구는 2차, 3차 수정본을 거치며 두 단락에서 한 단락으로 줄더니 4차 수정본에서 아예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글로벌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팽팽한 물밑 신경전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달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공개한 미중 정상회담 팩트시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백악관의 발표에 대해 중국은 철저히 침묵했다. 오히려 중국의 침묵을 대신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백악관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반발했다.
시 주석은 10여년 전만 해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종종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하지만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의 핵무장 자체를 억제하기 위한 의도가 포함된 것이었다. 북핵을 인정하는 경우 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이 전개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시 주석이 미중 관계가 악화된 이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우려는 시 주석이 이달 초 7년 만에 평양을 1박2일간 방문하면서 북핵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기정사실처럼 굳어져 버렸다.
다급해진 것은 미국과 함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해왔던 우리 외교라인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 초 중국을 방문해 친밀외교를 펼치면서 북핵 문제를 두고서 시 주석의 직간접 개입을 내심 기대해왔다. 하지만 공들였던 한중 간 친밀외교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두고선 아무런 작동을 하지 못하면서 근심만 커졌다.
외교안보 라인 내에서 동맹파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 편에 철저하게 서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부터 시종일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만을 추구해왔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두고 우리 정부의 다양한 시각의 조율도 필요해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북핵의 일괄 타결보다 '동결→축소→비핵화'로 가는 단계적 접근안을 신중하게 대안으로 검토해왔다. 자주파로 분류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이 같은 단계적 비핵화 정책을 추구해왔다. 그렇지만 핵 군축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안팎의 평가가 극심하게 엇갈렸다.
게다가 북핵 군축안은 아직 우리 국민과 미국 정부의 일치된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종전협상을 체결한 뒤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 전후로 북한 비핵화 문제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복잡해진 글로벌 환경 속에서 꼬여 버린 한반도 비핵화 실타래를 풀기 위한 묘책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rainman@f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