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달러 벌어도 시원찮은 원화···한은이 맞춘 '퍼즐'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해외투자 3% 상승 시 원·달러 환율 0.7%p 상승
반대로 투자소득 8% 오르면 0.4%p 하향돼
경상수지가 환율 결정하는 공식 약화..'투자'가 변수
하지만 재투자비중 높아지면 소득 효과 약해져

사진=챗GPT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경상수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해도 원·달러 환율이 좀체 내려오지 않는 원인이 해외투자 확대와 투자소득의 해외 유보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품수지 중심이던 외환시장이 해외자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투자소득이 실제 국내로 얼마나 환류되는지가 환율의 주요 결정 변수가 될 것이란 진단이다.

18일 한은이 발간한 '해외투자와 투자소득이 환율이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의 거시·금융변수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해외투자가 평균 수준 대비 약 3%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은 0.7%p가량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상승폭은 점차 둔화되지만 상당 기간 상방 압력은 이어졌다.

반대로 해외투자로 벌어들인 투자소득이 평균 수준보다 약 8% 상승했을 땐 환율이 0.4%p 정도 낮춰졌다. 다만 12개월 이후엔 그 영향이 거의 소멸했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가 나고 있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뉴노멀'로 삼고 있는 현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는 대규모 '외화벌이'를 뜻하기 때문에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4월 경상수지만 보더라도 282억9000만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했지만 환율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한은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국내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장기 시계에서 실시한 시나리오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신상호 한은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해외투자 확대는 외환수요를 늘려 환율 상승 압력으로, 투자소득 증가는 외환공급을 확대해 환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아직 상품수지 흑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해외자산 축적과 함께 투자소득 중요성이 커졌다"며 "대외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경상수지를 보완하고 대외지급능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하지만 투자소득이 해외 현지에 유보 및 재투자될 수 있어 투자소득 증가 자체를 국내 외환공급 확대나 환율 안정 요인으로 인정할 순 없다는 게 신 과장 판단이다. 실제 재투자비중이 약 1%p 상승했을 때 환율이 0.4%p 올라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신 과장은 일본 사례를 들며 "2010년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재투자비중(46%)이 투자소득의 대내 환류를 제약하며 엔화 약세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향후 고령화 및 생산성 둔화로 해외투자 확대가 지속되면 투자소득이 늘어날 수 있지만 유보·재투자 비중이 함께 높아지면 환류 규모는 제한될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 2021년 이후 우리나라 해외 현지법인의 당기순이익 대비 현지유보 비율은 60%로 집계되며 독일 등보다 높게 형성돼있다.

이에 신 과장은 투자소득이 실제 국내 외환공급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중심으로 외환수급 점검 체계를 정교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배당, 재투자수익, 환헤지 등에 따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며 "해외 자회사 배당의 국내 환류를 촉진하고 기관투자자의 안정적 환헤지를 유도하는 동시에 근본적으로는 국내 생산성과 투자수익률을 높여 해외투자 확대의 구조적 유인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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