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반도체 성과, 中企는 상관없어...최저임금 인상에 다 죽을판"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중기·소상공인 고사 위기

인천의 한 주물공장. 사진=김현철 기자
인천의 한 주물공장. 사진=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반도체·정보기술(IT) 대기업의 성과급에 속으면 안됩니다. 중소기업들은 매달 직원 월급을 어떻게 줄까 전전긍긍하며 정말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인천서부산업단지에 위치한 주물기업 임원 A씨는 21일 "지난해는 그나마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 어떻게든 버텼는데 올해 만약 대폭 오르게 되면 가뜩이나 대출도 안되는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서부산업단지에는 한때 40곳이 넘는 주물기업들이 용광로에서 불을 뿜었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되는 경영악화와 이로 인한 경영승계 포기로 10곳도 채 남지 않았다.

특히 매출의 10% 이상이 인건비로 나가는 이 업체에 큰폭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가슴을 철렁이게 하는 일이다. 이 업체의 최저임금 인력 비중은 전체의 40% 정도로 대부분 외국인이다. 일이 숙련되면 임금이 오른다.

이 상황에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3% 오른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하고 있어 시름이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 업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87%가 현재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서울에 사무용품 업체 2곳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아들까지 직원 6명을 두고 있는데 임금을 주고 나면 정말 마이너스가 나 내 월급은 못 가져갈 때도 있다"며 "아들 월급도 제대로 못 주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업체의 인건비는 퇴직급여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B씨는 "매번 월급 줄 때가 되면 돈을 어디서 메울지 입이 마른다"며 "매년 상승 중인 최저임금이 매출 하락에 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최근에는 대출도 안되고 '올해는 조금 나아지겠지'하며 버틴게 3년째"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은 자영업자들을 폐업으로 내몰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와 올해는 이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소상공인 경영난이 극심한 상황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2021년 이후 노란우산(소기업소상공인공제) 폐업공제금을 지급 받은 폐업 소상공인 82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업 사유(복수응답)로 '수익성 악화, 매출 부진(86.7%)'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52.2%), 인건비 상승(49.4%) 등을 지목해 최저임금 인상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악화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앞서 소공연 실태조사를 보면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증가에 대한 대응책(복수응답)으로 '고용 축소 및 신규 채용 중단'(38.4%)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무인화/자동화 도입 고려'(32.9%)가 뒤를 이었다. 특히 편의점/슈퍼마켓(42.9%)과 커피숍/기타도소매(40.0%) 업종은 키오스크나 무인 결제 시스템 등 기술 대체 노력을 활발히 검토해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경영계는 노동계에 맞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최초안을 동결로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는 각자가 제시한 최저임금 최초안에서 서로 격차를 줄이며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송치영 소공연 회장은 "인건비도 감당 못 해 휴일 없이 가족경영으로 버티는 소상공인의 노동 가치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 양극화의 최대 피해자는 소상공인"이라며 "소상공인의 생존과 고용 회복을 위해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및 일자리안정자금 신설 등 정책적 보완 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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