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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비엔날레, 21개국 69팀 확정… 유배·돌문화·신화로 세계미술 잇는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8월 25일~11월 15일 83일간 개최
제주도립미술관·돌문화공원·원도심서 진행
이우환·윤형근·차학경 등 거장 참여
와엘 샤키·사오닷 이스마일로바도 합류
제주 작가 약 30%… 지역성·국제성 결합

노진아 작가의 ‘진화적 키메라-가이아’. 인공지능 기반 인터랙티브 두상 작품으로 제5회 제주비엔날레는 인공지능과 생태, 인간 이후의 감각까지 포괄하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제주에서 선보인다.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공
노진아 작가의 ‘진화적 키메라-가이아’. 인공지능 기반 인터랙티브 두상 작품으로 제5회 제주비엔날레는 인공지능과 생태, 인간 이후의 감각까지 포괄하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제주에서 선보인다.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가 유배와 돌문화, 신화를 매개로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다시 묻는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 생활문화에 새겨진 시간의 층위를 국내외 작가 69팀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제5회 제주비엔날레가 오는 8월 막을 올린다.

18일 제주특별자치도 도립미술관에 따르면 '2026 제5회 제주비엔날레' 참여작가 최종 명단이 공개됐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국내외 21개국에서 모두 69팀이 참여한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오는 8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83일간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돌문화공원, 제주 원도심 일대에서 열린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국제미술전이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를 넘어 한 지역의 역사와 장소성, 동시대 세계 의제를 예술의 언어로 해석하는 플랫폼 성격을 갖는다. 제주비엔날레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 유배와 이주, 현무암과 신화, 기후위기와 생태 감각이 세계 작가들의 문제의식과 만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참여작가 명단에는 한국 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과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동시대 작가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우환, 윤형근, 이응노, 서세옥, 차학경 등 한국 미술의 주요 작가를 비롯해 와엘 샤키, 사오닷 이스마일로바, 제인 진 카이젠, 파트리시오 구스만, 벤 리버스 등이 참여한다.

제주 작가 비중도 높다. 전체 참여작가 가운데 약 30%가 제주 출신 또는 제주 기반 작가로 구성됐다. 변시지, 강요배 등 제주의 예술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작가와 동시대 제주 작가들이 함께 배치돼 지역성의 깊이를 더한다.

소암기념관 소장 작품 ‘취시선’. 제5회 제주비엔날레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돌문화공원, 제주 원도심 일대에서 유배와 돌문화, 신화를 주제로 제주의 역사와 미학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공
소암기념관 소장 작품 ‘취시선’. 제5회 제주비엔날레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돌문화공원, 제주 원도심 일대에서 유배와 돌문화, 신화를 주제로 제주의 역사와 미학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공

전시는 세 가지 소주제로 나뉜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추사의 견지에서_유배 Human'을 다룬다. 유배라는 특수한 조건 속에서 형성된 제주의 조형과 미학의 계보를 집중 조명하는 공간이다.

이 섹션에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영인본과 제주문자도 등 역사적 작품이 함께 놓인다. 백남준, 이우환, 윤형근, 이응노, 서세옥, 차학경, 강요배, 변시지, 피에르 파브르, 아슬란 고이숨 등의 작품도 선보인다. 유배를 단순한 고립의 경험이 아니라 새로운 사유와 조형 언어가 만들어지는 조건으로 읽어내는 구성이다.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는 '검으나 돌은 구르고 굴러_돌문화 Stone'이 펼쳐진다. 제주 현무암을 시간과 역사의 증인으로 바라보고, 북방 거석문화와 제주의 돌문화가 오늘의 미학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탐구한다.

이 공간에는 김정헌, 갈라 포라스-김, 오카베 마사오와 치히로 미나토, 룸톤, 송필 등이 참여한다. 제주돌문화공원이라는 장소 자체가 작품 해석의 배경이 된다. 돌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화산섬의 기원, 삶의 터전, 신앙과 노동의 흔적을 품은 매체로 읽힌다.

제주 원도심에서는 '큰 할망의 배꼽_신화 Deities'가 진행된다. 예술공간 이아, 제주아트플랫폼, 갤러리 레미콘을 중심으로 '일만 팔천 신의 고향'이라 불리는 제주 신화의 다층성과 포용성을 동시대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김상돈, AES+F, 와엘 샤키, 제인 진 카이젠, 최민화 등이 참여한다. 원도심 전시는 제주 신화를 과거의 전승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도시와 공동체, 기억의 문제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주아트플랫폼에서는 별도의 필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파트리시오 구스만, 벤 리버스, 데보라 스트라트맨, 사오닷 이스마일로바 등 영화·영상 작가들이 참여해 동시대 영상 예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회화와 조각, 설치 중심의 전시를 넘어 영상과 필름까지 포함하면서 비엔날레의 매체적 폭을 넓힌다.

이번 비엔날레의 또 다른 축은 국제 의제다. 참여 작가들은 역사적 폭력, 기후위기, 생태 변화, 기억과 이주, 공동체의 해체와 재구성 같은 문제를 회화와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형식으로 다룬다. 제주라는 장소가 지역적 배경에 머물지 않고 세계가 공유하는 위기와 전환의 감각을 드러내는 무대가 된다.

2017년 출범한 제주비엔날레는 지난 10여 년간 제주를 국제미술의 장으로 확장하는 실험을 이어 왔다. 제5회 행사는 제주도립미술관과 돌문화공원, 원도심을 연결해 미술관 안팎의 경계를 넓히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한 공간에서 작품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주 곳곳을 이동하며 장소와 작품이 만나는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 겸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제주의 삶과 기억, 자연과 예술을 연결하는 국제 문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원도심과 자연 곳곳에서 예술을 보고 참여하는 축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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