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선생님, 우리 반은 왜 축구 안 봐요?"… 홍명보호 2차전 덮친 '교실 딜레마'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교사 재량에 맡긴 경기 시청… 교실마다 희비 엇갈리며 상대적 박탈감 호소
"애국심·단합력 키우는 산교육" vs "기말고사 앞두고 명백한 시간 때우기"
예천 사태 후폭풍에 지침 못 정하는 일선 학교… 교육청 "교육적 의미 부여가 관건"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 경기를 마치고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 경기를 마치고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선생님, 옆 반은 축구 보는데 우리는 왜 계속 진도 나가요?"

결전의 멕시코전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열기가 뜨겁지만, 일선 학교 현장의 속내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정규 수업 시간과 맞물린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를 교실에서 보여줄 것인가를 두고 뚜렷한 지침 없이 교사 개인의 재량에 맡겨지다 보니, 교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이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태극전사들이 체코를 무너뜨린 1차전 당시,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9개 학급 중 무려 8개 학급이 교실에서 단체로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 시청을 허락받지 못한 단 하나의 학급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까치발을 든 채 옆 반 창문 너머로 중계 화면을 훔쳐봐야만 했다.

일관성 없는 학교의 처사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럴 바엔 차라리 학교장이 나서서 일괄적으로 시청을 허용하는 편이 낫지 않았겠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내신 성적에 민감하고 이달 말 기말고사를 앞둔 중·고등학교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기권의 한 고등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전교생 단체 시청을 논의했으나, 빡빡한 학사일정과 진도 문제로 결국 공식 지침을 내리지 못했다. 학생들의 원성과 학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 교사들의 몫이 됐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이기혁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이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2026.6.12 ⓒ 뉴스1 임세영 기자 /사진=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이기혁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이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2026.6.12 ⓒ 뉴스1 임세영 기자 /사진=뉴스1

학교장들 역시 진퇴양난이다.

수원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국가대표팀 경기를 다 함께 응원하며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것도 훌륭한 교육적 가치가 있다"면서도 "최근 불거진 경북 예천 고등학교의 월드컵 시청 논란처럼, 자칫 SNS나 학부모 민원으로 번질까 봐 섣불리 획일적인 방침을 정하기가 대단히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낭만과 현실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대해 교육 당국은 유연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월드컵 경기 시청을 일괄적으로 강제하거나 금지할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용도가 아니라, 교과 진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 경기 시청 속에 의미 있는 교육적 목표를 녹여낸다면 훌륭한 수업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 멕시코와의 운명을 건 2차전을 앞두고, 정답 없는 딜레마에 빠진 학교 현장의 눈치게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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