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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지우고 입 닫는다…'워시式 연준' 출격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첫 공식 개혁조치로 5대 TF 신설 성명서 대폭 줄이고 점도표 생략 월가 흔들던 힌트 읽기 전면 차단

AP 뉴시스
AP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사진)이 취임 후 처음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재하며 자신의 통화정책 철학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워시 의장은 연준 개혁을 위한 5대 과제를 제시한 데 이어 정책 성명서를 대폭 간소화하고, 향후 금리 경로를 가늠하는 점도표 제출도 생략하며 '워시식 연준'의 변화를 예고했다.

■'워시표 연준 개혁' 첫발…5개 TF 출범

워시 연준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공식 개혁 조치로 5개 태스크포스(TF) 신설을 발표했다. 새로 출범하는 TF는 △연준의 정책 소통 방식 △6조70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운영 △경제 데이터 수집·활용 체계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확산에 따른 생산성과 고용시장 변화 △연준의 인플레이션 정책 체계 등 5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비대해진 연준자산이 시장 왜곡"…6조7000억弗 대차대조표 정조준

가장 주목받는 것은 대차대조표 TF다. 워시 의장은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거치며 6조7000억달러 규모까지 불어난 연준의 자산이 시장 가격 기능을 왜곡하고 중앙은행의 역할을 과도하게 확대했다고 비판해왔다. TF는 적정 자산 규모와 양적긴축(QT) 운영 방식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다.

데이터 TF는 연준의 정책 판단에 활용되는 경제지표와 분석 체계를 전면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워시 의장은 기존 통계만으로는 급변하는 경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실시간 데이터와 새로운 분석기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AI·생산성 TF는 인공지능(AI) 확산이 생산성과 고용시장, 장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통화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연구한다. 워시 의장은 AI가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낮추는 디스인플레이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커뮤니케이션 TF는 연준의 정책 소통 방식을 재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워시 의장은 인준 청문회 등에서 점도표와 포워드 가이던스가 정책 유연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해왔다. 또 연준 위원들의 잦은 공개 발언과 매 회의 뒤 이어지는 기자회견도 시장에 불필요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날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은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TF는 연준의 물가 측정과 정책 결정 체계를 재검토하는 조직이다. 워시 의장은 새로운 정책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워시 의장은 각 TF의 운영 방향에 대한 개괄적인 계획을 제시하며 세부 내용은 수일 내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성명서도 점도표도 손봤다…'힌트' 줄이는 워시식 소통

5개 TF 가운데 가장 먼저 변화가 나타난 분야는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실제 이날 공개된 FOMC 정책 성명서와 점도표에는 워시 의장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달 정책 성명은 132단어로, 지난 4월의 345단어에서 크게 줄었다. 구성도 바뀌어 정책 결정 내용을 가장 앞에 배치하고, 뒤이어 경제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재편됐다. 성명서에서 어떤 위원이 찬성·반대했는지와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도 모두 삭제됐다.

포워드 가이던스 무력화… 정책 유연성 확보

특히 시장과의 소통 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연준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암시하는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대폭 축소하고 성명서 분량도 크게 줄였다.

워시 의장은 "좀 더 간결하고, 좀 더 단순하며, 오래된 표현을 일부 없앴다"며 "이번 성명서는 우리가 전달해야 할 사실만을 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월가에서는 성명서에 담긴 미세한 문구 변화까지 분석하며 연준의 다음 정책 방향을 예측해 왔지만, 워시 체제에서는 이 같은 '힌트 읽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시 의장은 자신의 점도표도 제출하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연준이 점도표와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미래 금리 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경우 경제 여건이 바뀌더라도 정책을 유연하게 수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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