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단순 공장 아닌 물·전력 확보가 먼저" ['호남 반도체' 급물살]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물리적 집적도 높은 산업
업계 "용인과 호남 시너지 어려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역 내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공장 부지나 투자 규모보다 물리적 집적도가 높은 생태계라는 점에서 호남 반도체 투자에 대한 신중론이 나온다.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은 물론 핵심인재 확보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호남권에 반도체 생산거점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완성된 칩을 조립·연결하는 첨단 패키징(후공정) 시설 유치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핵심 생산시설인 전공정 팹(Fab) 투자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호남 반도체 유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고민보다 지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호남 반도체 투자론이 힘을 받는 것에 대해 영남권에서는 소외론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역균형발전 이전에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단순한 공장 유치 경쟁의 접근방식이 위험하다는 시각도 많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시설 하나만 들어선다고 경쟁력이 확보되는 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지방에 생산시설을 분산하게 될 경우 이미 수도권에 구축 중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방 반도체클러스터 확대 논의와 관련, "반도체 생산시설은 전력·용수 공급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미국과 대만의 경쟁력도 오랜 기간 기반시설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온 결과"라고 밝혔다.

장비 운용 등을 위한 석·박사급 연구개발 인력과 공정 엔지니어 인력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실무진 사이에서는 "핵심인력은 강제로 부를 수도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장을 짓는 것은 돈의 문제지만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용수 인프라도 문제다. 한강수계를 기반으로 대규모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입지적 강점을 갖고 있는 용인과 달리 입지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새만금은 전북 진안의 용담댐 용수에 의존하고 있는데, 2040년 기준 용담댐의 여유 물량은 하루 2만t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영산강·섬진강 수계 역시 여유 물량이 수만t 수준에 불과해 향후 수십만t 규모의 용수가 필요한 초대형 반도체 단지를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one1@fnnews.com 정원일 임수빈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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