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장관 "유럽 방위 책임 못 지면 미군 줄인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이 유럽 주둔 미군 재배치 카드를 꺼내 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유럽이 스스로 방위를 책임지지 못하면 미군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경고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NATO 본부에서 열린 국방장관회의에서 유럽 주둔 미군에 대한 6개월간의 전면 재검토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은 형식적인 검토가 아니라 진짜(real) 검토"라며 "유럽이 유럽 방위의 주된 책임을 얼마나 빠르고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떠맡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국가는 낙제할 것이고 어떤 국가는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할 것"이라며 "평가 결과에 따라 미국의 향후 군사 태세도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검토는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확대뿐 아니라 미군의 기지 사용과 영공 통과 허용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일부 유럽 국가들이 최근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위해 자국 기지와 영공 사용을 허용하지 않은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동맹국들은 당연히 보장됐어야 할 기지 접근과 영공 통과를 거부함으로써 미국 장병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이는 부끄러운 일(shameful)"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필요할 때 미국이 완전한 기지 접근권과 영공 통과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이번 검토의 핵심 평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유럽의 안보 정책 전반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유럽은 전차와 전투기, 방공망 대신 성평등과 기후변화, 국방 긴축에 집중했다"며 "국경은 활짝 열렸고 복지국가는 커졌으며 국방예산은 무너졌다. 유럽은 스스로와 자신의 문명에 대한 믿음까지 잃었다"고 주장했다.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각국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는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유럽 내 전술핵 배치는 유지하기로 했다. NATO 핵기획그룹은 이날 19년 만에 공동성명을 내고 "동맹의 전략 핵전력은 NATO 안보를 보장하는 최상의 수단"이라며 핵 억지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미국의 방침에 대해 "NATO 병력모델은 어디까지나 계획 수립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며 "전쟁이 발생하면 모든 회원국은 필요한 전력을 최대한 동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