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행, 인플레·침체 우려 속에서 기준금리 3.75% 동결
[파이낸셜뉴스] 영국의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침체 우려 사이에서 고심한 끝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18일(현지시간) CNBC방송 등 외신은 영국은행(BOE)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며 이것은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치와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통화정책위원 9명 중 7명이 동결을 찬성했으며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휴 필 BOE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외부 위원인 메건 그린은 기준금리를 4.0%로 0.25%p 인상해야 한다며 소수 의견을 냈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선제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 순수입국인 영국은 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물가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BOE는 성명을 통해 "전쟁 초기 급등했던 에너지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향후 추이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통화정책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역할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고착화되어 경제에 장기적인 타격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영국 경제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기로에 서 있다.
영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8%로 당초 예상보다는 완만했으나 수송 연료비 상승이 물가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올여름 정부의 에너지 가격 상한선이 13% 인상될 예정이어서, 에너지 비용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BOE 역시 물가가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BOE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극적인 평화 협정 물꼬를 텄음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더들은 올해 말 BOE가 결국 금리를 올릴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다만 '매파'인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첫 회의 직후 시장은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란 전쟁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일본은행(BOJ) 역시 기준금리를 31년 만의 최고치인 1%로 인상하며 긴축 대열에 합류했다.
금융그룹 애버딘 이코노미스트 루크 바솔로뮤는 "BOE는 ECB의 급격한 긴축이나 연준의 매파적 행보를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다면 내년쯤 다시 금리 인하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웨일스 공인회계사회 수석 이코노미스트 수렌 티루는 "영국의 통화정책은 거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미·이란 평화 분위기가 추가 긴축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만, 만약 교전이 재발한다면 다시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