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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美가 이란에서 보여준 군사전략 혁신

파이낸셜뉴스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에서도
中이 친중국가에 원군이 못돼
美 중동 다자협력체제로 재편
AI활용 최첨단 군사생태계 구축
지상군 없이 이란 군사력 무력화
정권압박, 변화시키는 혁신모델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금년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정밀폭격 약 한달, 압박협상 약 두달의 기간을 거쳐 이제 협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이 지상군을 파견하여 이란의 무조건적 항복을 받아낸 통상적 형태의 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최종적인 결말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세간에 떠도는 '이란이 버텨서 이겼다'는 해석은 터무니없는 해석일 뿐 이란이 예전의 이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군사작전이 이란에서 전개되었지만 이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동의 특수성보다는 전쟁과 국제정치 시각의 분석이 중요하다. 이 시각에서 보면 이란의 방공망·군사력·무기생산시설이 원격정밀타격으로 무력화되었고, 이란의 주 재원인 석유 수출까지 막혀 있으며, 주요 지도자는 정밀타격으로 언제든 제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란 정부가 미국의 압박을 버텨낼 것이라는 상상은 이란에 과도한 감정이입이 되어 있는 상상이다. 게다가 이란의 뒷배가 되어왔던 세계 2위 강대국 중국도 미국에 대항하여 전혀 개입을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이란에서 미국의 전력 소모를 기다린다는 주장도 있지만, 중국이 지금 기습적으로 대만해협에서 전쟁을 도모한다는 무리한 가정을 하지 않는 한 이란에서의 미국 전력 전개는 미국 패권 몰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에서도 결정적일 때 원군이 되어주지 못하는 중국에 대한 친중 국가들의 신뢰가 깎이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이 중동에서 그리는 그림은 최종 단계까지 여러 차례 약속과 검증을 반복하면서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이란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폭격이라는 '채찍' 카드를 살려두고, 이란에 도움이 되는 소위 경제적 '당근'은 최종 단계에서야 풀 것으로 전망된다. 첫 번째 단계는 이란으로 하여금 핵무기 프로그램 전체를 포기하고 호르무즈해협의 자유항행 보장을 받아내는 것이다.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는 미국과 제3자가 직접 이란에 들어가 기존 농축된 우라늄과 핵개발시설을 제거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이며, 자유항행 보장은 일정 기간 이란의 행태를 지켜보며 검증한 후 점차 정상화 단계를 밟을 것 같다. 두 번째, 이란 정부의 경제적 재원이 될 석유 수출 및 제재 해제와 관련하여 미국은 상당 수준의 개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수출로 인한 수입금을 미국 재무부의 에스크로 계좌로 받아 관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똑같은 방식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란 정부의 예산 집행 관련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는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석유 수출이 재개되고 경제제재가 풀린 후 확보된 재원으로 이란 정부가 다시 테러 지원과 핵무기 개발을 한다거나 과도한 군사력 확장을 시도한다면 미국이 여태까지 쏟아부은 모든 노력이 헛되게 되는 것이다. 이란 정부는 주권적 사안인 이 문제에 대해서 강력하게 저항하겠지만 이란 정부의 행태 변화를 끌어내는 데 있어서 미국은 이 예산 집행을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볼 것이다. 만약 그 과정에서 경제개발 세력으로 정권교체가 일어난다면 예산주권 이양은 빨라질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기존 아브라함협정을 확대하여 중동을 다자협력 체제로 재편하는 최종 단계라 하겠다. 아브라함협정은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수교한 협정이며 그 이후 모로코와 수단이 참여하였다. 지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아브라함협정을 확대하여 이란을 포함, 미수교국의 수교를 독려하여 중동 평화에 새로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단계적 조치들이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중동평화의 핵심 고리인 이란이 변화한다면 중동의 다자협력 체제는 예상 외로 빨리 진전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질서를 재설계하는 패권국으로서 이번 이란 군사작전을 통하여 매우 중요한 군사력 사용의 혁신적 모델과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최첨단 군사 생태계를 구축하여 지상군 전개 없이 인구 9200만 규모의 군사강국 이란의 방공망과 군사력을 무력화하고, 정권교체가 아닌 압박에 의한 정권의 행태 변화를 강제하는 혁신적 모델이다. 이 모델이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힘을 통한 평화'의 핵심 수단이 될 것인데, 이렇게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음부터는 굳이 실제 군사력 사용을 하지 않아도 정권의 행태 변화나 억지력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압박 카드가 될 것이다. 현재 이 수준의 군사력을 사용·이용할 수 있는 국가는 패권국 미국이 유일하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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