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유가 급락에 시장가격도 신속히 내려야 납득할 것
유가 30% 떨어져도 기름값 그대로
가격 비대칭 심하면 물가신뢰 하락
미국과 이란의 종전합의 소식에 국제유가가 한달 새 30% 가까이 떨어졌다. 한달 전 배럴당 107달러에 육박했던 두바이유는 현재 74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한때 170달러 턱밑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전쟁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유가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국민들은 곧바로 시장의 제품과 서비스 가격도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직감한다. 그런데 이런 국민의 체감과 시장의 현실 가격은 매우 동떨어져 있다. 실제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가 30% 넘게 빠지는 동안에도 2000원선에서 크게 변화가 없다.
물론 국제유가 변동이 곧바로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주유소 판매가에 녹아들기까지 몇 주 걸린다. 더구나 최근 환율 변동과 정부의 최고가격제 운용까지 겹쳐 현장의 가격 반영은 더 느려질 것이다.
문제는 가격 반영의 시차가 유가가 오를 때와 내릴 때 대칭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불만이 크다는 점이다. 유가가 뛸 때는 발 빠르게 소비자가격에 반영하고, 막상 유가가 가파르게 떨어지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가격 인하를 늦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가격 비대칭은 기름값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건설업계의 경우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뛸 때는 공사비에 즉각 반영한다. 그런데 정작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도 한번 오른 공사비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 반영의 시차가 느려서 올해 건설 공사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가격결정구조가 단순하지 않다는 점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유사의 재고비용, 환율, 세금체계, 유통망의 마진 구조 등 여러 변수가 얽혀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유가 하나만 떼어놓고 국내 가격에 반영이 느리다는 식으로 단순히 따질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전문적인 가격결정구조가 있다면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주는 게 더 필요하다. 가격이 오를 때는 신속하게 결정한 만큼, 가격이 내려갈 계기가 됐을 때에도 정부와 업계는 더 분명하고 투명하게 가격의 변동을 설명할 책임이 있다. 구조가 복잡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둘러대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망이다.
더구나 정부는 이런 가격 반영에 대한 시장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시장가격이 오를 때는 정부가 각 업종과 시장을 이 잡듯이 통제한다. 그런데 가격이 내려갈 시점에는 상대적으로 정부의 관리가 느슨한 면이 있다.
이처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시장가격 관리가 중요한 것은 소비자 권익 외에 고물가 현상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고물가 위기를 맞고 있다. 유류비와 공사비처럼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시장가격이 올랐다. 이런 물가상승 압력 때문에 서민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으며, 국가의 내수경제도 침체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관계당국은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가격에 신속하고 투명하게 반영되도록 가격결정구조를 면밀히 점검하기 바란다. 오를 때만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린 가격 관행은 소비자 신뢰를 갉아먹는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