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성찰 없이 정치 올인하는 사회
오키나와로 수학여행을 갔던 도시샤국제고의 한 학생이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먼 길을 떠났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계열학교 학생이라 남다른 비통함이 밀려왔다.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갈등이 이어지는 헤노코 앞바다를 평화학습의 일환으로 찾았다가 선박 전복 사고로 희생된 것이다.
안전관리 부실이라는 지적과 함께 첨예한 정치적 현장에 왜 고등학생들을 데리고 갔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번 사례가 교육기본법 제14조가 규정한 정치적 중립성 원칙에 저촉된다며 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행 체제 아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 인정된 첫 사례다. 그러나 국가가 개별 교육 내용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교육현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사고 이후 일부 보수·우익 단체들은 "단순한 안전사고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이 낳은 사고"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교 주변에는 극우단체의 가두선전 차량까지 등장해 격렬한 구호를 뱉어낸다. 친구의 빈자리를 가슴에 안고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에게 저 확성기의 고함은 애도의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또 다른 폭력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선동이 아니라 희생자를 추모하고, 미처 아물지 못한 학생들의 상처를 보듬는 일임에도 말이다.
한편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판촉행사로 뭇매를 맞는 중이다. 5·18은 한국 현대사의 큰 비극이자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집단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설마 일부러야 그랬겠느냐는 선의의 해석도 가능하지만, 사회적 감수성과의 괴리가 너무 심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룹 회장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 문책이 이루어졌지만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경영진의 역사 인식이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되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저질 장사치" "민주주의를 조롱한 행위"와 같은 원색적인 질타도 이어졌다. 지방선거와 맞물려서인지 꾸짖음을 넘어 정치공세의 소재로 활용하는 모습마저 엿보였다.
확성기를 울리는 일본의 극우세력과 한 방향만의 여론몰이에 몰두하는 한국 진보세력. 이념의 색깔도, 내세우는 명분도 정반대이지만 비극을 대하는 방식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한쪽은 학생의 죽음을, 다른 한쪽은 현대사의 참담한 기억을 이념이 다른 상대방을 공격하는 재료로 삼고 있다. 방향만 다를 뿐 수단과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비극을 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희생자를 애도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다만 그 과정이 정치적 책임 공방이나 진영 간 대결로 흐르는 순간, 애도와 성찰은 설 자리를 잃는다. 누군가의 죽음과 사회적 상처를 정치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소비할 때 본질은 사라지고 선동만 남는다. 기업이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이윤 추구에만 몰두할 때 우리는 흔히 '장사치'라는 표현으로 그 행태를 폄하한다. 정치권도 예외일 수는 없다. 비극과 상처를 이용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면 그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장사다. 비극 앞에서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잠시 입을 다물 줄 아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