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란봉투법 100일, 엄격한 판단이 혼란 줄이는 길
생산 무관 구내식당도 교섭권 인정
노동부와 중노위 판단 기준도 달라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된 지 100일이 됐다. 예상대로 하청노조들의 교섭 요구가 빗발쳐 원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할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지침과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엇갈리는 등 혼선도 발생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성 확장이다.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하청노조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하청노조 1161곳이 원청 439곳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시행 100일이므로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영사정이 어려운 기업이 하청노조와 교섭해야 하는 책임까지 떠맡는다면 경영난은 가중될 것이다.
중노위의 재심 판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총 13건 가운데 9건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사용자성 여부를 놓고 다툼이 있는 사건들 중에 인정되는 건수가 더 많은 것이다. 건수도 건수지만 생산과 무관한 지원 직군에까지 교섭권을 부여하는 판단이 내려져 재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구내식당 직원들의 '진짜 사장'이 원청 대기업이라는 판단도 내려졌다. 중노위는 지난 15일 한화오션의 급식·세탁 업무를 맡고 있는 협력업체가 제기한 사건에서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이 판단으로 한화오션의 선박 제조 업무와 무관한 근로자들도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한화오션 사례가 하나의 사례로 굳어지면 다른 기업들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소나 통근버스, 조경 등 생산과는 관련이 없는 업종들의 사용자성 요구가 늘어날 것이고 중노위의 판단을 받으려 할 것이다. 기업이나 노조나 중노위의 판단에 불복하면 법적 판단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재계의 불만은 노동부의 노란봉투법 해석 지침에서는 공장 구내식당 등은 원청의 구조적 통제에 해당하지 않는 대표적 사례로 예시하고 있는데도 중노위가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중노위가 하청노조에 유리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100일 시행 평가는 긍정적이다. 우려한 만큼 무분별한 쪼개기 교섭 요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 또한 노동계의 시각에서 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기업과 노조의 중간에 서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노조에 편향된 정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왕에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다면 노사 자율로 합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선일 것이다. 자율로 해결되지 않는 것은 중노위와 법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노동부는 법의 취지를 정확히 해석해 지침을 내려야 하고 중노위는 그 지침을 따라야 정책 모순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제 법 시행 100일이 되었으니 앞으로 시행 과정을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법의 허점이 노출되면 개정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노사 상생이다.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하청노조들의 권익 향상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과는 전혀 무관한 노조까지 원청이 교섭을 하고 책임지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규정이 모호할 때는 최소한으로 적용하는 것이 법을 지키는 길이다. 과잉 적용하면 위법의 문제가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