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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탈모약 건보 적용, 정책인가 정치인가

파이낸셜뉴스

복지부, 청년 탈모약 복용할 경우
약값의 일정부분 건보적용 검토
희귀병 환자 건보지원 뒤로한 채
청년탈모, 건보 적용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지 의구심
이렇게 한다고 청년 마음 돌릴까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새 가장 주목받는 세대는 단연 2030세대라고 할 수 있다.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세대가 바로 2030세대이고, 과거와 달리 지금의 2030세대가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들은 주목받고 있다. 이 세대의 보수 성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진영의 오세훈 시장이 다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2030세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 성향이 강한 이들 젊은 세대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하는 세대별 투표율을 확인해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선관위 상황을 보면 언제 해당 통계를 볼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의 출구조사 결과 등을 참고하면, 이번 선거에서 이들의 역할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지금 시점에서 다시금 이들 세대가 주목받고 있다. 다름 아닌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여부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20대부터 34세까지의 청년들이 탈모약을 복용할 경우 건강보험이 약값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아직은 공론화 단계이기는 하지만 이런 언급 자체가 정부에서 나왔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탈모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언급하면서 "탈모는 생존에 관한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탈모 때문에 취업도 어렵고 연애도 힘들기 때문에 결국 생존 문제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탈모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고통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고민을 건강보험 적용으로 일정 수준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외모 때문에 취업과 연애가 힘든 사람이 있다면 성형수술도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또 모발이식수술도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탈모로 고통을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탈모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유사한 고통'을 느끼는 이들이 다수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탈모로 고민하는 이들, 그중에서도 20대 이상 34세까지의 젊은이들만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고려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탈모와 같은 외모와 관련된 고통은 그 정도가 주관적·심리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떤 이는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으로 받아들이지만, 어떤 이는 그 정도로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탈모 문제라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생존' 문제는 심리적·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다. 객관적·의학적으로 생존 문제는 증명 가능하다는 것이다. 생존 문제는 과학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간접적으로 생존과 관련된 사안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난청 환자의 경우 소리를 잘 듣지 못해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특히 어린이 난청 환자의 경우 그럴 확률이 높을 수 있다. 인공와우 삽입 수술을 받은 어린이 난청 환자의 경우 5년에서 7년에 한 번씩 인공와우를 교체해 주어야 하는데 한 번 수술비용이 1000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단 한 번의 수술비만 지원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탈모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지는 않지만, 인공와우 수술은 횟수와 상관없이 지원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집을 팔지 않고서는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는 희귀병 환자가 다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들이야말로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이런 희귀병 환자들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은 뒤로한 채 탈모로 고생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을 얻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정부 주장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측도 생기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그런 주장을 믿고 싶지 않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의도를 가진 것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젊은이들은 '위선'과 '불공정'에 분개하여 보수 성향을 띠게 된 것인데, 이런 젊은이들에게 탈모 지원을 내세운다고 해서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직은 공론화 단계이니 정부는 일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탈모 건강보험 적용 문제를 다시 신중히 검토하기 바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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