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논의, 벼랑 끝 자영업자 호소 귀 기울이길
인건비 부담에 골목상권 위기
현실외면한 인상 악순환 안돼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최저임금 논란이 올해도 거세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전년보다 16.3% 인상된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 생계 보호라는 본연의 취지가 우선이다. 하지만 중소 자영업자들의 존폐위기와 고용 악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최저임금 논쟁이다. 최저임금 인상안을 논의할 때 여러 가지 파급효과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는 최저임금 인상의 파급력을 읽을 수 있다. 응답자의 57%가 올해 경영 상황이 지난해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개선됐다는 응답은 고작 8.4%에 그쳤다. 특히 도소매업(66.3%), 숙박·음식점업(65.8%) 등 서민 밀착형 업종일수록 체감경기 악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영업이 힘들다 보니 자영업자 3명 중 1명이 가져가는 월 소득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215만원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힘들게 고생하며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이 종업원 월급보다 못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미 고용 여력이 없다는 응답도 59.2%에 달했고, 현 상황이 폐업 직전의 한계라고 토로한 응답자도 25.2%나 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정인건비가 올라 자영업 존립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자영업 운영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노동계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도 제대로 월급을 주지 못하는 문제까지 벌어진다. 실제로 자영업 가운데 숙박이나 음식업종의 경우 적자 영업을 면치 못해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 현행 최저임금조차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외면한 채 인상안을 밀어붙이다간 자영업자들을 범죄자로 만들 뿐이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밀어붙인다면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최악의 경우뿐이다. 고용을 줄이거나 극단적으로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3명 중 1명 이상은 현재 최저임금 수준에서도 이미 판매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근로자 복지를 높이려고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해 저소득 근로자에게 피해가 되는 역설이 벌어질 수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핵심 제도다. 다만 최저임금 논의를 단순한 명분만 놓고 진행해선 안 된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자영업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 내수경제와 소비자까지 피해를 본다는 점을 두루 따져봐야 한다. 고용주의 지불능력과 고용 여건을 제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최저임금 인상안을 논하는 행태를 매년 되풀이해야겠는가.
더구나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최저임금 논의는 결국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최저임금 논의로 가장 큰 수혜를 누려야 하는 대상은 저임금 근로자들이다. 냉정한 현실 인식과 균형 잡힌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