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 효과 없다면? 범인은 두피 속 '지루성 피부염' [김진오의 '탈모 탈출']
[파이낸셜뉴스] 안드로젠성 탈모가 진행되는 와중에 비듬이 부쩍 늘거나, 두피가 가려운 증상이 나타났다면 탈모 치료의 범위를 모낭뿐 아니라 두피까지 확장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안드로젠성 탈모와 지루성 두피염이라는 두 질환은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특정 효소와 만나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되면 머리카락이 자라는 모낭이 위축되고 모발이 점진적으로 가늘어진다. DHT의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모낭 바로 옆에 붙은 피지선을 자극한다. 이 때문에 피지가 폭발적으로 분비되면 두피에 서식하는 효모인 말라세지아라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한다. 말라세지아 과다 증식으로 생기는 분해 산물은 만성 염증성 습진 질환인 지루성 피부염을 촉발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을 살펴보면 안드로젠성 탈모 환자의 42.1%에서 56.9%가 지루성 피부염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 환자 두 명 중 한 명 꼴이다.
대게 탈모 환자들은 두피 염증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피부 문제일 뿐, 탈모 치료제로 모낭만 관리하면 머리가 다시 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지루성 피부염으로 두피에 만성적인 미세 염증이 지속되면 모낭 주위의 세포 외 기질이 손상되고 모근으로 가는 미세 혈관이 위축된다. 모발이 정상적인 성장 주기를 채우지 못한 채 휴지기 상태로 조기에 탈락하게 되는 것. 더 큰 문제는 두피 표면에 각질과 피지가 엉겨 붙어 두꺼운 막을 형성하면, 미녹시딜 같은 바르는 탈모 치료제가 침투하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두피의 상태에 맞추어 항진균 케어와 장벽 보호 케어를 영리하게 이원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염증과 비듬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할 때는 항진균 성분으로 원인균과 각질을 걷어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약용 성분은 효과가 뛰어난 만큼 자극적이므로 매일 쓰기보다 증상에 맞춰 영리하게 사용해야 두피 장벽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다음 단계는 두피 장벽이 건강한 지질 구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항염과 진정 효과가 뛰어난 성분으로 보습과 보호에 집중하는 것이다. 단계별 관리가 동반돼야 만성 염증으로 지친 모낭이 안정을 찾고, 우리가 처방하는 탈모 치료제의 효능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이 완성된다.
두피 환경 개선은 약물 치료를 넘어 모발이식 수술을 고민하거나 앞둔 환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수술 전후 두피 관리 유무는 이식 모낭의 생착률에 영향을 미친다. 두피 염증을 미리 다스려 밭을 건강하게 만들어 두면, 수술 후 발생하는 필연적인 홍반이나 통증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상처가 아무는 속도도 빨라진다. 결국 수술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두피 환경이다. 미세 염증이 없는 건강한 두피를 조성하는 주는 것, 그것은 일반적인 탈모 치료와 모발 이식 수술을 막론하고 건강한 두피와 모발을 만드는 첫걸음이 된다.
/김진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