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美·이란, 협상장 밖 '해석 전쟁'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핵시설 접근권부터 동결자산까지 핵심 쟁점마다 충돌 미국은 성과 과시, 이란은 양보 축소...장외 여론전 본격화 전문가들 "엇갈린 발표 계속되면 후속 핵협상 흔들릴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핵 사찰과 동결자산 처리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고 수준 핵 사찰을 영구적으로 수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란은 새로운 의무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진실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어렵게 성사된 종전 협상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0% 핵사찰" vs "그런 합의 없다"

트럼프는 2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앞으로 오랫동안, 사실상 영원히 최고 수준의 핵 사찰을 전면 수용하기로 합의했다"며 "동의하지 않았다면 협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도 전날 스위스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IAEA 사찰단 복귀에 동의했다"며 이번 주 중 활동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레딩 공항에서도 "그들은 적당한 시기에 현장에 투입될 것"이라며 사찰 재개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란이 이를 부인하는 데 대해서는 "그들은 틀렸다"며 "만약 그들이 맞다면 나는 당장 회의를 취소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반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피해를 입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한 적이 없다"면서 "IAEA와 협력은 기존 절차에 따라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양측 주장 모두 실제 협상 상황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한다고 분석한다. CNN은 IAEA가 이미 제한적 접근 권한을 갖고 있어 사찰단 입국 자체는 새로운 성과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IAEA의 접근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실제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이 폭격했던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핵시설에 대한 접근 문제는 향후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종전 MOU에도 농축 우라늄 처리 과정이 IAEA 감독 아래 진행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최종적으로는 사찰 범위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외 여론전 격화

양국의 이견은 동결자산 처리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밴스는 이란 동결자산이 해제되면 미국 농산물 구매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고, 트럼프도 미국이 자금 사용처를 통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리 바흐레이니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동결자산 사용처를 결정할 권한은 이란에 있다"며 미국 주장을 일축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60일 이후에도 통행료 없이 해협이 개방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통행료 부과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실제 협상보다 국내 정치용 메시지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잔 말로니 연구원은 "양측 발표가 계속 엇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핵심 쟁점 상당수가 아직 최종 합의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란 협상단은 협상 자체에 반대하는 강경파와 최고지도부의 압박을 받고 있어 미국이 주장하는 양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대로 트럼프 역시 종전 MOU를 자신의 외교 성과로 부각하기 위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까지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은 지난 4월 '2주 휴전' 이후 상당한 협상 진전을 이뤘지만, 트럼프가 우라늄 농축 무기한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 전량 미국 이전 등을 일방적으로 언급하면서 협상이 흔들렸고 결국 국지전이 재개된 바 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4개 실무그룹을 가동하며 2차 고위급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양국이 서로 다른 청중을 향해 각자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협상장 안에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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