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정부 '호남 반도체' 속도전인데...삼성, SK "추진은 하는데 모든 게 유동적"

조은효 기자,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내망 및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근무지 변화 가능성 등 놓고 의견 쏟아져

전남광주 반도체 후보지 조감도. (조감도 = 전남도 제공) /사진=뉴시스
전남광주 반도체 후보지 조감도. (조감도 = 전남도 제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호남·충청권 투자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논의가 마무리 단계"라고 밝힌 것과 달리, 관련 기업들은 "공장 규모, 가동 시점 등 아직까지 모두 유동적"이라는 입장이다. 전력·용수·부지·인력이란 4대 반도체 입지 조건이 확보돼야 하는 데다 반도체 관련 수백여개 협력업체들까지 함께 움직여야 하는 문제인 만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이 공식화되더라도, 실제 반도체 공장 가동까지는 10~20년 장기 시계를 놓고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전남 지역에 반도체 전공정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정부와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광주·전남에 반도체 전공정 공장을,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과 더불어, 충남 아산지역에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공정이 아닌 전공정 공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반도체 신규 공장의 본진이 호남에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팹(공장)1기당 건설 및 설비투자 비용은 약 30~40조원이 소요되며, 반도체 장비, 설비 고도화, 환율 및 물가상승에 따라 많게는 150조원까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50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4기 구축에 600조원이 들어간다"는 추산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SK하이닉스는 2044년에 짓기로 한 것을 2034년까지 10년을 당겼는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그것보다는 더 당겨야 한다고 본다"며 "2048년까지 계획돼 있는 삼성도 2034~2035년까지 당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들 양대 반도체사의 표정은 다소 복잡한 모습이다. 최대 현안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문제가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 불모지대나 다름없는 호남에 새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남지역의 전력이 풍부하다고 해도, 고품질 전기를 대규모로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반도체 생산에 걸맞은 고순도 용수 확보도 구체적인 계획이 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력 확보도 과제다. 양사 직원들은 호남 반도체 구축 논의에 내부적으로 술렁이는 모습이다. 사내망 및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향후 소속 사업부에 미칠 영향, 근무지 변화 가능성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술 인력 상당수는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가족 단위로 정착한 직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생산거점이 지방에 새롭게 조성되더라도 인력 이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첨단 반도체 산업은 박사급 연구개발 인력과 생산기술 인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신규 거점 조성 과정에서 핵심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력 수급과 정주 여건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고, 협력사와 장비업체 등 관련 생태계, 해당 기업들의 직원들 역시 뒤따라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수빈 기자


기자 정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