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보호법 제정으로 법원의 관리·감독 강제력 확보를" [제2회 국회 정책토론회]
약물법원 입법방안 토론회 주요 내용
김대희 "치료보호 대상자 구체화 필요"
안성훈 "새 전담절차 고유 기능 제시를"
천영훈 "美 약물법원으로 재범률 32%↓"
김희준 "판사가 직접 치료·형사절차 맡아"
박영덕 "법적위기를 치료·회복의 기회로"
원진기 "약물법원은 생산적인 사회 투자"
발제를 맡은 김한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원장·선임연구위원(전 한국형사정책학회장)은 약물법원을 1심 법원의 치료전담재판부 형태로 설치하고, 현행 마약류관리법상 행정처분에 불과하던 '치료보호'를 사법적 처분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치료보호법' 제정을 통해 '한국형 약물법원'의 입법 방안을 제시했다.
김 부원장은 현행 형사사법체계에서도 형사법원이 치료적 개입을 아예 못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양형심리 과정에서 치료프로그램 참가를 권고하는 점 △구속 피고인에게는 치료조건부 보석으로 병원 주거제한·입원치료를 조건으로 붙일 수 있는 점 △판결 전 조사로 적합성을 심사하고, 공판준비명령·사실조회로 치료 경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점 △치료가 효과적이면 유리한 양형인자로 보아 치료감호법상 치료명령부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김 부원장은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법령상 근거 없이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에 기대고 있어 법적 강제력도 없고, 사법제도상의 일관성도 부족하다"며 "특히 대상자가 형사법원의 명령에 따라 치료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관리·감독할 법적 강제수단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부원장은 "형사사건에서 보호사건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법제를 개편해 '치료적 보호처분 절차'를 신설해야 한다"며 "기존 치료명령 외에 새로운 보호처분인 '치료보호' 처분을 만들어 여러 법령에 흩어진 치료적 처우 수단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희 국회 입법지원위원(전 법제처 행정법제국장·사회문화법제국장)은 김 부원장의 신법 제정에 대해 "전혀 새로운 분야를 규율하거나 여러 법령에 흩어진 사항을 체계적·종합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면 새 법령을 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치료보호는 치료감호와 판단기준·요건이 달라, 기존 법령에 편입하기보다 새 법령을 제정하는 것이 법령 이해도와 집행 효율성을 높인다"고 답했다.
김 위원은 "'중독초기의 약물사용 범죄자'와 '재범위험성·치료필요성 경미'는 기준·요건이 다소 모호하니 구체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성훈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피해자학회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경미한 대상이라면 기존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보호관찰·수강·이수·치료명령을 개선해 써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새 전담절차의 고유 기능이 뭔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의학 전공자이자 한국 최고의 마약류 중독증 치료 실적을 지닌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한국중독정신의학회 마약류중독 특임이사)은 이 같은 두 법학 전공자의 비판에 미국의 약물법원 모범기준(NADCP)을 제시하며 해외에선 임상적 기준이 있다고 반박했다. 천 원장이 제시한 미국의 임상 기준은 △마약류를 1~2회 투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중독돼 있는지 △마약류 소지나 절도, 위조, 생계형 재산범죄 등 범죄가 중독과 관련돼 있는지 △반복된 체포 이력이나 보호관찰·치료 실패 경험 등이다. 천 원장은 이어 약물법원의 효과로 미국에서 프로그램 참여 뒤 재범률이 평균 12∼32% 줄었고, 수감보다 사회적 비용이 낮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또 다른 법조인인 김희준 법무법인 LKB평산 대표이사 변호사(전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현행 치료명령은 '병원에 다니라'는 선언적 처분에 가까워 유명무실하다"며 "약물법원은 형사절차와 치료절차를 나누는 이원화가 아니라, 판사가 치료 과정을 직접 주재하며 위반 시 즉각 제재하는 통합적 모델"이라고 약물법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독 회복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영덕 한국마약회복협회 이사장(당산 NA모임 대표)은 "회복은 법정에서 시작되지도, 끝나지도 않는다"며 "약물법원의 역할은 처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처벌과 치료 사이의 단절을 잇고, 법적 위기를 치료와 회복의 기회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원진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연구위원은 약물중독을 생산가능인구의 손실이라는 경제 문제로 접근했다. 그는 미국에서 약물법원이 투입 1달러당 2.21달러의 형사사법 편익을 냈다는 분석 등을 들어, 약물법원을 처벌이 아닌 '생산적 사회투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