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00조 수주고 쌓은 방산 빅4, 우주 밸류체인 구축 속도전 ['K방산' 세계를 향해 뛴다 (中)]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뉴 스페이스’ 주도권 전쟁 본격화
K방산, 우주산업 선행 투자 확대
발사체·위성 아우르는 기술 경쟁
우주시대 신성장동력 확보 잰걸음
한화에어로, 민간 발사체 고도화
KAI는 위성·AVV에 1조5000억
현대로템, 차세대 우주엔진 개발
LIG D&A, 우주 안보 역량 강화

100조 수주고 쌓은 방산 빅4, 우주 밸류체인 구축 속도전 ['K방산' 세계를 향해 뛴다 (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D&A), 현대로템 등 'K-방산 판타스틱4'가 주력인 항공기 및 지상 무기체계를 넘어 우주 산업으로 사업 영토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 연이은 대규모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방산 기업들이 두둑해진 실탄을 미래 먹거리인 우주 분야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 개발이 민간기업 중심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생태계로 전환되는 가운데 이들은 위성 제작부터 발사체 조립, 우주 통신 탑재체, 혁신 엔진 개발에 이르는 '독자적인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주 공간이 미래 국가안보의 성패를 가를 핵심 전장으로 부상함에 따라 지상과 해양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K-방산의 시선은 이제 지구 밖 궤도를 향하고 있다.

■한화-KAI '대한민국 상공'을 지키다

2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과 우주 사업을 위한 설비투자에 내년 6월까지 총 4519억1700만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항공 생산설비 증설에 1203억3100만원, 해외 인프라 신설 및 증설에 2807억8600만원을 투입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항공·우주 사업 생산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라며 "이 중 이미 4072억6200만원의 투자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한민국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심장인 항공엔진(F414) 양산을 본격화하며 항공 자주국방의 핵심 고리를 완성하고 있다. 최근 방위사업청과 5500억원 규모의 양산 엔진 공급계약을 한 데 이어 6세대 전투기 및 무인기 탑재를 목표로 첨단 터보팬 엔진 독자 개발에도 수천억원의 자체 투자를 단행해 글로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국내 유일의 체계종합 항공기업인 KAI 역시 FA-50 경공격기를 필두로 K-방산의 '하늘길' 개척을 주도하고 있다.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과 대규모 수출 잭팟을 터뜨리며 경쟁력을 입증한 KAI는 향후 미국 전술훈련기 사업은 물론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으로 수출전선을 넓히고 있다. 양사를 주축으로 한 K-방산은 영공 수호와 글로벌 항공 시장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탄탄한 도약대를 마련했다.

■하늘은 좁다…이젠 우주를 넘보다

우주영토 확장에 가장 선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다. 양사는 글로벌 주도권 경쟁을 펼치면서도 전략적 협력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육해공을 넘어 우주까지 아우르는 종합 방산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구상 아래 전남 순천에 약 500억원을 투입해 민간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을 건립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고도화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상업용 발사 시장으로 연결하고, '한국판 스페이스X' 모델을 현실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밸류체인 확장을 꾀하고 있다.

KAI 또한 우주 산업의 메인 플레이어로 도약 중이다. 오는 2027년까지 차세대 위성, 초소형 위성체, 미래형 항공기체(AAV) 등 우주 및 미래 R&D 분야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대대적인 투자를 이행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위성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우주·국방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에 선제적인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우주 토털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우주 시장 진출 및 무인기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 역시 기술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다.

장원준 전북대학교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현대전에서 우주는 정찰, 통신, 항법, 미사일 경보, 지휘통제의 핵심 기반"이라며 "우주 분야의 투자 없이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한 시대"라고 말했다.

■역대급 실적, 우주로 쏘아보내다

국내 대표 방산기업들이 단기적인 이익 회수가 어려운 우주 산업에 천문학적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든든한 수주잔고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4분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LIG D&A, 현대로템 등 4개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100조원을 돌파했다. 주력 무기의 릴레이 수출이 만들어낸 막대한 자본 유입이 우주를 향한 대규모 선행투자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특히 K2 전차 수출 대박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맞이한 현대로템의 행보가 주목된다. 현대로템은 우주 발사체 시장에 과감한 출사표를 던지며, 전북 무주에 대규모 항공우주 연구·제조 기지를 조성하기 위해 2034년까지 총 3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경제성과 재사용성이 뛰어난 우주발사체용 혁신 메탄 엔진과 차세대 무기체계용 극초음속 이중램제트 엔진 개발에 집중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힌다는 구상이다.

올해 우주항공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LIG D&A도 정밀 유도무기 및 통신 장비 분야의 독보적인 전자전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 R&D에 집중하고 있다. 고해상도 영상레이더(SAR) 위성 탑재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차세대 통신위성 개발에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부으며 미래 우주 안보경쟁의 필수 전략무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선행투자가 필수적인 우주 산업 특성상 막강한 현금 창출력을 확보한 방산 '빅4'의 주도적 투자가 국내 우주 생태계의 자생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교수는 "방산 기업들이 상호 경쟁과 협력을 통해 국내 우주방산 생태계를 형성한다면 한국은 기존 무기체계 중심의 K-방산을 넘어 우주 기반 K-방산 역량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우주 산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기술축적 기간이 긴 만큼 정부의 안정적 수요 창출 및 민군겸용 R&D 확대 등 산업생태계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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