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가족·직장 찾아가 "빚 갚아라"... 악질적 불법추심 형량 높인다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새로운 양형기준안 마련

#. 부산의 불법대부업자 A씨는 지난달 채권추심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돈을 빌려준 B씨가 변제기한에 돈을 갚지 못하자 밤 11시가 넘도록 13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B씨 어머니에게 "딸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려면 잔금을 입금하라"며 대신 변제를 요구한 혐의도 인정됐다.

앞으로는 A씨와 같은 추심 행위가 형량을 정할 때 더 무겁게 평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불법사금융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채무자의 사생활과 평온을 침해하는 불법추심 양태를 세분화한 새로운 양형기준안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직장에 찾아가 채무 사실을 공개하거나 가족·지인에게 대신 변제를 요구하는 방식의 추심 행위도 양형 판단에 반영될 전망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22일 제146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했다.

양형위는 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범죄의 기존 양형기준 설정 범위는 유지하되 채권추심법상 일부 불법추심 행위를 새롭게 양형기준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대부업법 위반 범죄는 최근 법정형이 높아지고, 범죄의 정의가 바뀐 부분을 반영해 유형을 재분류했다. 채권추심법 위반 범죄는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서 기존 '반복적 또는 야간 방문 등 행위' 유형의 정의를 보다 구체화했다.

새롭게 반영된 유형은 △채무자 외의 사람에게 채무에 관한 거짓 사실을 알리는 행위 △채무자 또는 관계인에게 변제자금 마련을 강요하는 행위 △채무자 외의 사람에게 대신 변제를 요구하는 행위 △채무자의 직장 등에서 채무 관련 사실을 공연히 알리는 행위 등이다.

양형위는 이 같은 추심에 대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해 사생활 또는 업무의 평온을 심하게 해치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다만 양형 사례가 지나치게 적거나 행정법규 위반에 따른 제재 성격이 강한 규정은 설정 범위에서 제외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단순한 유형 정비를 넘어 향후 불법추심 범죄 처벌 강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엄벌 기조로만 흘러가는 것엔 경계의 시선도 있다. 이사백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는 "새로 규정된 유형을 회피해서 또 다른 방식의 추심이 등장하거나 이미 높아진 형량 범위에서 더 거친 행위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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