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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사는 사람일수록, 파인다이닝이 주는 경험에 만족했다…이유있는 '미식 전쟁' [명품價 이야기]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사피드 서울'(SAPID Seoul)을 찾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김수연 기자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사피드 서울'(SAPID Seoul)을 찾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드는 가운데 제품 판매를 넘어 공간과 경험 자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우영미 X 셰프 알랭 뒤카스, 이태원 '사피드 서울' 오픈

25일 명품 업계에 따르면 패션 브랜드 우영미는 최근 셰프 알랭 뒤카스와 협업을 통해 서울 용산구 우영미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에 레스토랑 '사피드 서울'(SAPID Seoul)을 열었다.

패션을 단순한 의류가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바라보는 우영미 디자이너는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를 중심으로 공간·패션·미식을 아우르는 브랜드 세계관을 완성하기 위해 음식과 공간을 브랜드 철학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평소 '본질과 균형 중심의 절제된 미학'을 강조해온 우영미는 알랭 뒤카스가 추구하는 '재료 본연의 맛과 장인 정신, 절제된 표현'이라는 가치와 닮아 있다는 공통점이 이번 협업의 근간이 됐다.

좋은 식재료로 장인이 만든 음식... 경험을 먹는 공간

사피드 서울은 채소·곡물·허브·발효를 중심으로 해산물·유제품·달걀을 조화롭게 활용해 화려한 기술보다 재료 본연의 풍미에 집중하는 '플랜트 포워드 다이닝'을 지향한다. 김치 등 한국 식재료를 프랑스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도 특징이다.

주로 찾는 손님은 40대 이상 여성이지만, 비교적 젊은 연령층도 음식 자체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스펠트 통밀, 새우&무이며, 스타터인 도미, 당근 레처 데 티그레&김치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식당 공간을 자체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한다는 점이다.

사피드 서울에는 우영미 25FW 컬렉션의 민화 그래픽을 활용한 대형 천장 패브릭이 설치돼 패션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었다. 1970년대 무라노 빈티지 램프와 앤티크 글라스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조명으로 시간의 깊이를 연출했고, 우영미 자매들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디자인알레'가 맡은 조경과 드라이플라워로 자연주의 철학을 공간에 구현했다. 직원 유니폼도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해 공간 전체가 패션과 미식이 합쳐진 하나의 경험이 되도록 했다.

우영미는 "패션·미식·공간·문화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경험'의 모델을 제시한다"며 "알랭 뒤카스가 샤넬·디올 등과 지속적으로 문화·패션 영역 협업을 이어온 것처럼, 사피드 서울은 단순한 레스토랑을 넘어 파리와 서울 두 도시의 문화적 감각을 잇는 크로스오버 플랫폼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찌는 청담, 루이비통은 명동에 레스토랑

명품 브랜드의 이러한 흐름은 우영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지난 2025년 9월 서울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탈리안 컨템포러리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을 열었다. 이는 2022년 이태원에 문을 연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청담으로 옮기고 새롭게 꾸민 것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같은 해 11월 서울 중구 소재 'LV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 내 6층 규모로 조성된 매장과 문화 체험형 공간인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Louis Vuitton Visionary Journeys Seoul)을 선보였다.

6층에는 박정현 셰프의 미식 철학이 담긴 레스토랑 '제이피 앳 루이 비통'(JP at Louis Vuitton)이, 4층에는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르 카페 루이 비통'(Le Café Louis Vuitton)과 초콜릿 숍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Le Chocolat Maxime Frédéric at Louis Vuitton)이 자리하고 있다.

브랜드 헤리티지 체험하는 공간... 충성고객과의 새로운 접점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이 제품 판매를 넘어 공간과 경험을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하면서 외식업 진출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레스토랑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충성 고객을 만드는 새로운 접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들이 파인다이닝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소비자층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명품을 소비하는 사람일수록 파인다이닝에 대한 수요와 니즈도 클 수 있다"며 "겉으로는 이질적인 사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요층이 겹치면서 사업을 다각화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인다이닝은 공간과 메뉴 모두 품격을 보여주는 좋은 소재가 된다"며 "좋은 재료와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명품 브랜드의 가치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패션과 음식은 모두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소비 아이템이자 각국의 문화 코드를 형성하는 중요한 분야"라며 "이 둘의 결합은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조화로운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이런 서비스에 만족한 소비자는 재구매나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패션과 다이닝 모두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유망한 사업 결합"이라고 전망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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