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IP 전문가들 "특허 증거수집제도 개선이 최우선 과제"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KIPJA 5주년 정책포럼, 설문조사 결과 공개…8대 정책 중 1위

노성열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리사회에서 진행된 창립 5주년 기념 '2026 지식재산 정책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성열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리사회에서 진행된 창립 5주년 기념 '2026 지식재산 정책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지식재산(IP) 분야 전문가들이 국가 IP 정책 중 가장 시급한 과제로 '특허법 증거수집 제도 개선'을 꼽았다. IP 업계 전반에서 증거 확보의 구조적 어려움이 오랜 숙원으로 지목돼 온 만큼, 한국형 증거개시제도의 자료보전명령, 진술녹취, 전문가 사실조사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신속한 의견수렴과 제도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는 24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리사회 대강당에서 창립 5주년 기념 '2026 지식재산 정책포럼'을 열고 최근 실시한 'IP 정책 우선순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특허법 증거수집 제도 개선으로 특허침해 막아야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5일까지 2주간 전국 IP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 정책은 △특허법 증거수집 제도 개선 △IP정보검색 AX(AI 전환) △IP수익화 전문기업 육성 △초고속심사 확대 △모두의 아이디어 △K브랜드 정부인증 △특허법(PLT) 조약 가입 추진 △지역 대표 K브랜드 육성 등 8개 핵심 정책이다.

조사 결과 8개 정책의 평균 중요도는 5점 만점에 4.19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인지도와 중요도를 함께 반영한 우선순위에서는 '특허법 증거수집 제도 개선'이 1위를 차지했고 이어 'IP정보검색 AX전환', '초고속심사 확대', 'IP수익화 전문기업 육성', '모두의 아이디어', 'PLT 가입 추진', 'K브랜드 정부인증', '지역 K브랜드' 순이었다.

특허법 증거수집 제도 개선이 최우선 정책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국내 특허침해 소송 구조의 고질적 취약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체계에서는 침해자가 증거를 보유해도 이를 강제로 수집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 이로 인해 소송에서 원고 측의 입증 부담이 과도하게 쏠린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원고 승소율은 25.6%에 그쳤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인정된 손해배상액 평균은 한국이 약 0.6억원, 미국이 약 65.7억원으로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7분의 1에 불과한 수준으로 기술을 베끼는 것이 이익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피해기업이 승소하더라도 배상이 충분하지 않아 소송 자체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내 법제 최초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K디스커버리)'가 도입됐다. 다만 이번 개정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분야에 한정된 것으로 향후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하도급법 등으로의 확대 적용이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IP업계가 요구하는 특허법 차원의 증거수집 제도는 자료보전명령, 진술녹취, 전문가 사실조사 등을 핵심 쟁점으로 하며, 관련 부처 및 산업계의 신속한 의견 수렴과 제도적 합의가 촉구되고 있다.

지식재산 선순환 생태계 구축 노력

업계가 이들 정책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이유로는 'IP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이 가장 많이 꼽혔다. 단기 효과보다 장기적 생태계 설계를 중시하는 현장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8개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공통 핵심 성공요인으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엄격한 법 집행, 전문 인력 확보·양성 등이 지목됐다.

조사를 진행한 김성욱 KIPJA 리서치센터장(서울여대 교수)은 "인지도와 중요도를 함께 반영한 우선순위와 정책별·직종별 핵심 성공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 IP정책에 관한 인식도 진단과 현장 전문가의 정책 개선 아이디어 확보를 통해 지속적인 정책소통 채널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는 이광형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이혜진 대법원 지식재산조 총괄 재판연구관 등 IP 정책기관과 입법·사법부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 이춘무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 김지수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정상태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 부회장이 참여해 부처 의견과 정책 제언을 내놓았다.

노성열 KIPJA 회장은 "과학기술·산업·문화예술 분야 연구개발(R&D)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성장하려면 지식재산 생태계를 키우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포럼이 정책 우선순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업계, 법조계, 협단체 전문가들이 서로 입장을 조율하는 실질적인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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