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나갈 것 같다"…'레버리지 ETF'에 멘탈 털린 개미들 [월급쟁이 희노애락]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 24%대 급락 뒤 19% 반등
금융위 "위험 이해 낮으면 투자 부적합"
[파이낸셜뉴스] "어제 팔았는데 오늘 오르더라고요."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23일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손절했다가 다음 날 반등장을 지켜봤다고 했다. 23일 삼성전자가 12.31% 급락하면서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평균 24.6% 하락했다. 그러나 24일 삼성전자가 9.84% 오르자 관련 레버리지 ETF도 19%대 상승했다.
그는 "하루만 더 버틸 걸 그랬나 싶다가도, 전날 장중 낙폭을 보면 버티기 어려웠다"며 "일하는 동안 계속 볼 수도 없어서 더 불안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하루 간격으로 급락과 반등을 오가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피로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하루 등락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인 만큼,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이 커지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빠르게 불어난다. 직장인 투자자에게는 장중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23일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대형주가 크게 흔들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2.31% 내린 3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12.47% 하락한 255만5000원에 장을 끝냈다.
기초자산이 12%대 급락하자 레버리지 상품 낙폭은 더 컸다. 시장 집계에 따르면 23일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7개의 평균 하락률은 24.6%였다.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7개 평균 하락률은 25.6%로 집계됐다.
하루 뒤에는 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2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9.84% 오른 34만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 반등에 관련 레버리지 ETF도 수익률 상위권에 올랐다.
코스콤의 ETF 정보 서비스 'ETF CHECK'에 따르면 24일 'AC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19.59% 상승했다. 'RIS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19.13%, '1Q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는 19.07%, 'PLUS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19.03%,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18.65%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3일 매도한 투자자에게는 아쉬운 반등이었다. 다만 24일 상승만으로 전날 손실이 모두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이 24.6% 빠지면 75만4000원이 되고, 여기서 19% 올라도 약 89만7000원 수준이다. 큰 폭으로 내린 뒤 같은 정도로 오른다고 원금이 바로 회복되는 구조는 아니다.
레버리지 상품의 변동성은 직장인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오전 회의, 외근, 점심 약속이 겹치면 가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급락이 이어질 때도, 반등이 나올 때도 매매 판단은 늦어질 수 있다.
40대 직장인 B씨는 "23일 오전에는 조금 빠지는 줄 알고 회의에 들어갔는데, 점심 때 보니 손실률이 확 커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라서 버텨볼까 했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숫자가 너무 빨리 움직였다"며 "업무 중에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라는 익숙한 이름도 투자 판단을 흐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투자자에게 가장 친숙한 대형주지만,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 주식을 직접 사는 것과 다르다.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고, 장기 보유 때는 기초자산 수익률의 단순 2배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 30대 직장인 C씨는 "삼성전자라서 위험이 작을 줄 알았다"며 "막상 하루에 20% 넘게 빠지는 걸 보니 상품 구조를 제대로 봤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6일 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시 유의사항 안내'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손익이 증폭되는 구조다. 당국은 상품 구조와 투자위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개별 주식의 하루 변동률 2배를 추종한다.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일반 ETF와 달리 한 기업의 실적 전망, 업황, 수급, 특정 뉴스에 가격이 크게 반응할 수 있다.
국내 주식 가격제한폭이 30%인 점을 고려하면 이론상 하루 최대 60% 손실도 가능하다. 금융위는 기초자산이 30% 오른 뒤 30% 내리는 경우 일반 상품은 9% 손실이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36%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요건도 일반 주식 매매와 다르다. 신규 투자자는 일반교육 1시간과 심화교육 1시간을 이수해야 하고, 기본예탁금 1000만원 이상을 예치해야 한다.
직장인 A씨는 24일 반등장을 본 뒤 추가 매수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하루만 참았으면 덜 잃었겠다는 생각은 든다"면서도 "그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품은 오를 종목을 고르는 것보다 장중 변동을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