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보험금도 스테이블코인으로"…보험산업 지각변동 예고
[파이낸셜뉴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 편입될 경우 보험상품 개발부터 보험료 결제, 보험금 지급에 이르는 보험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이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과 스마트컨트랙트 기술이 결합하면 보험금 지급 절차 자동화는 물론 보험과 투자·결제 기능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상품 출현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디지털 자산이다. 유통량에 상응하는 안전자산을 보유해 기준 통화와 1대1 가치를 유지하는 구조로, 실물경제에서 지급결제 수단이나 회계 단위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조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영역으로 △보험료 결제 및 정산 효율화 △언더라이팅·보험금 심사 자동화 △자본 조달 및 리스크 인수 구조 변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보험산업에서는 스마트컨트랙트와 결합했을 때 나타날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컨트랙트는 사전에 설정된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자동 실행되는 기술이다.
보험 계약에 적용할 경우 사고 발생 여부 확인부터 보험금 지급까지의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기존에는 가입자가 사고 이후 서류를 제출하고 보험사가 심사를 거쳐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조건 충족 여부를 확인해 보험금 지급 절차가 자동으로 진행되는 구조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보험중개사 Aon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보험료 결제 및 정산 구조에 대한 개념증명(PoC)을 진행했다. 디지털 자산 보험사 Evertas와 보험 마켓플레이스 Nayms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활용한 보험료 수납 구조를 검증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국가 간 보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제 지연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보험금 지급 자동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보험 플랫폼 Etherisc는 항공기 지연 보험과 농작물 보험, 스테이블코인 가치 이탈 관련 보험 등에 스마트컨트랙트를 적용하고 있다.
항공 운항 정보나 기상 데이터 등 외부 정보를 자동으로 확인해 보험금 지급 조건을 판단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즉시 보상하는 방식이다. 재보험 분야에서도 Arbol이 기후 데이터를 활용한 지수형 재보험 서비스를 운영하며 자동 보상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Nexus Mutual은 스테이블코인을 보험료와 보험금 지급 수단뿐 아니라 자본 조달과 자산 운용 수단으로 활용하며 블록체인 기반 보험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보험사를 중심으로 토큰화 국채 정산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수준이다.
제도적 과제도 남아 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료와 보험금 지급 통화를 명확히 원화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지만,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또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규제 체계와 지급여력제도(K-ICS) 역시 가상자산 활용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아 관련 위험 관리 기준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보험금 자동 지급이 현행 보험업법상 적법한 지급 방식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역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조 연구위원은 "보험회사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법·제도 변화 속도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수형 보험과 토큰화 자산 정산 분야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디지털 자산 환경에 대응할 기술 역량과 내부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