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자동차' 수출 양대산업의 노사갈등 리스크
현대차 노조 2년 연속 파업 기로
관세 압박·중국 추격 걱정 산적
현대차 노동조합이 지난 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 기준으로 무려 92%가 파업에 찬성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이 현실화될 수 있다. 더구나 92%라는 압도적 찬성률은 노사갈등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파업 찬성 배경에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 시대 고용보장 요구 등이 담겨 있다. 여기에 상여금 750%에서 800%로의 인상, 정년 최장 65세 연장, 신규 인원 충원 등 굵직한 요구들도 협상안에 담겨 있다. 이처럼 노조의 파업 근거를 살펴보면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물가 인상분을 기본급 인상에 반영하거나 순이익 일부를 인센티브로 정하는 문제 이상을 다루려고 한다.
대표적으로 노조는 완전월급제 도입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시급제 기반 급여체계를 고정급 중심으로 바꾸는 게 골자다. 이는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 AI 도입으로 줄어들 근무시간이 곧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미래 산업지형의 변화가 일자리에 위협이 될 수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노조의 의도는 이해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은 글로벌 기업들이 대부분 추구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산업 전환에서 뒤처지면 효율적인 생산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아예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고 만다. 따라서 이런 문제는 노사가 깊은 논의와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 노조의 파업이라는 압박 수단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힘과 물리력으로 밀어붙인다면 회사와 노조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대차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도 불편하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논란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마저 파업 논란에 빠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출을 이끄는 양대 제품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이처럼 수출의 양대 쌍끌이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노사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두 산업이 국내총생산(GDP)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노사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관세 불확실성이라는 외풍을 뚫어야 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전기차 시장에서 BYD 등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도 현재 글로벌 입지를 좁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둔화, 트럼프발 관세 압박, 중국 전기차의 공세라는 삼중고를 헤쳐 나가야 하는 현대차가 내부의 파업 논란으로 발목을 잡힐 처지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그러나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현대차 노조는 그 규모만큼 사회적 영향력도 크다. 파업 한 번으로 수천억원의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협력업체와 지역경제 전체가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파업이 노사 모두에 손실을 입힐 것은 자명하다. 나아가 현대차 노사가 2년 연속 파업을 피하지 못한다면 두 주체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거대한 산업의 대변화라는 파고 앞에서 노사가 신뢰를 쌓고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선례를 만드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산업 전체에 필요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노조는 실력 행사보다 대화를 우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