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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39주년, 서귀포서 다시 물었다… "기억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김경임 5·18 시민군 동지회 부회장 현장 증언
"40년 침묵 깨고 말하기 시작하며 조금 편해졌다"
고의숙 당선인 "민주주의 교육 책임 무겁게 느껴"
임문철 이사장 "제주 민주화운동 기억·교육해야"
5·18과 6월항쟁 잇는 지역 민주주의 성찰의 장

김경임 5·18 광주시민군 동지회 부회장이 27일 서귀포시축협 축산플라자에서 열린 ‘2026 6월 민주항쟁 39주년 서귀포 기념식 및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5월과 6월, 우리는 왜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정용복 기자
김경임 5·18 광주시민군 동지회 부회장이 27일 서귀포시축협 축산플라자에서 열린 ‘2026 6월 민주항쟁 39주년 서귀포 기념식 및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5월과 6월, 우리는 왜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1987년 6월 민주항쟁 39주년을 맞아 제주 서귀포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는 기억의 자리가 마련됐다. 국가폭력의 상처와 시민 저항의 역사를 과거의 사건으로만 남기지 않고, 오늘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적 책임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현장에서 공유됐다.

서귀포 6월 민주항쟁기념사업회(회장 이영일)는 27일 오후 서귀포시축협 축산플라자에서 '2026 6월 민주항쟁 39주년 서귀포 기념식 및 초청 특별강연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서귀포 6월 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제주대학교 민주동문회와 민주화운동기념계승단체전국협의회가 후원했다. 기념식은 국민의례와 인사말, 격려사, 축사, 꽃다발 증정, 초청 특강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의 중심에는 김경임 5·18 광주시민군 동지회 부회장의 증언이 있었다. 김 부회장은 '5월과 6월, 우리는 왜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1980년 5월 광주에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겪은 국가폭력의 기억과 이후 40년간 이어진 침묵, 그리고 증언에 나서게 된 과정을 풀어냈다.

김 부회장은 "5·18은 솔직히 말하면 잊고 싶은 일이었다"며 "내 인생에 5·18은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며 40년을 침묵 속에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남편에게도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다"며 "40년 만에 침묵을 깨고 5·18을 이야기하면서 조금 편해졌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1980년 5월 22일 광주 전남도청에 들어가게 된 상황도 증언했다. 그는 "도청 앞 분수대에서 계엄군이 시민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을 수 없었다"며 "어릴 때부터 경찰과 군인이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고 배우며 자랐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 컸다"고 회고했다.

이어 "도청에 일손이 부족하니 도와달라는 방송을 듣고 친구들과 들어갔다"며 "취사방에서 식판에 음식을 담고 나르는 일을 하다가 계엄군이 진입할 때까지 머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군에 체포된 뒤 상무대와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됐다가 7월 3일 훈방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증언은 국가폭력 이후 피해자가 겪는 침묵과 고립의 시간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김 부회장은 "학교로 돌아갔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에서 가까이 가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또 "경찰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와 교사였던 언니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집에서도 5·18에 대해 절대 말하지 말라는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2019년 5·18 왜곡 발언을 접한 뒤 감정이 폭발했고,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이 5·18의 당사자임을 주변에 밝히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5·18 고등학생 세대로는 제가 살아 있는 마지막 세대에 가깝다"며 "기회가 있을 때 말하고, 5·18을 알리는 일이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임 5·18 광주시민군 동지회 부회장이 27일 서귀포시축협 축산플라자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39주년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장태욱 독립언론 서귀포사람들 편집인과 대담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1980년 5월 광주 전남도청에서 겪은 국가폭력의 기억과 40년간의 침묵, 이후 증언에 나서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사진=정용복 기자
김경임 5·18 광주시민군 동지회 부회장이 27일 서귀포시축협 축산플라자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39주년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장태욱 독립언론 서귀포사람들 편집인과 대담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1980년 5월 광주 전남도청에서 겪은 국가폭력의 기억과 40년간의 침묵, 이후 증언에 나서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사진=정용복 기자

이날 기념식에서는 제주 지역 민주화운동의 기억을 지역 교육과 연결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임문철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제주 지역에서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분들의 삶이 역사에 남고, 후세가 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문철 이사장은 "독립운동가와 4·3을 지역에서 배우듯, 우리 동네 민주화를 위해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도 교육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6월항쟁 40주년을 앞두고 제주 민주화운동 자료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제주대학교 민주동문회장은 "국가폭력과 인권의 문제를 잊지 않고 계승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찬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상임부회장도 "5·18과 6월항쟁, 4·3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라며 "기억하고 기록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의숙 제18대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당선인은 1987년 6월항쟁 당시 대학 1학년으로 겪었던 시간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교육의 책임을 강조했다. 고 당선인은 "87년 6월을 잊지 말고, 4·3과 5·18,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만들어 온 많은 분들의 헌신과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미래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책임지라는 뜻으로 주어진 권한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육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명심하고 무겁게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5·18과 6월항쟁을 별개의 기념일로 나누지 않고, 한국 민주주의가 국가폭력에 맞선 시민의 저항과 제도적 민주화 요구 속에서 확장돼 왔다는 흐름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18이 국가폭력에 맞선 저항의 역사였다면, 6월항쟁은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민주주의 확장의 역사다.

서귀포에서 열린 이번 기념식은 지역 민주화운동의 기억을 현재의 시민교육과 연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4·3의 역사와 민주화운동의 경험, 시민사회 활동이 함께 축적돼 온 만큼 5월 광주와 6월항쟁의 정신을 제주 지역 민주주의의 과제로 다시 읽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확인됐다.

특히 김경임 부회장의 증언은 국가폭력 피해가 사건이 끝난 뒤에도 개인과 가족, 학교와 지역사회 안에서 오랫동안 계속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억은 피해를 다시 꺼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동시에 왜곡과 망각을 막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지키는 사회적 실천이라는 점도 이날 강연의 핵심 메시지였다.

이영일 서귀포 6월 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은 "6월 민주항쟁은 특정 세대만의 기억이 아니라 오늘의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시민의 역사"라며 "이번 행사가 5월과 6월의 정신을 지역사회에서 함께 되새기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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