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대보다 삼성·SK하이닉스"…외신도 주목한 한국의 달라진 진로 지도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뉴욕타임스는 최근 AI와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진로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며 충북반도체고등학교를 소개했다./사진=뉴욕타임스 캡처
뉴욕타임스는 최근 AI와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진로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며 충북반도체고등학교를 소개했다./사진=뉴욕타임스 캡처

[파이낸셜뉴스] "실리콘 웨이퍼는 절대 실수로 떨어뜨리면 안 됩니다."

충북반도체고등학교 강수진 교사는 학생들에게 컴퓨터 칩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를 다루는 법을 가르치며 "빈 웨이퍼 한 장도 약 180달러, 회로를 새기면 수천 달러의 가치가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이 의대 못지않은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한국의 진로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며 소개한 충북반도체고의 모습이다.

NYT는 한국이 지난해 1730억 달러(약 265조5000억원) 규모의 반도체를 수출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으면서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성공 공식'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고, 높은 성과급과 연봉은 청년들의 선망 대상이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학교

NYT가 소개한 충북반도체고는 국내 최초의 반도체 특성화 마이스터고다. 2010년 개교했다.

이 학교 서운석 교장은 "지난 1년 동안 입학 문의가 세 배로 늘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교인 것 같다"고 말했다.

300명의 학생이 생활하는 기숙사와 6개의 반도체 제조 실습시설을 갖춘 학교의 취업률은 96.4%에 달한다. 중국 국영방송 관계자와 국내 교육기관들이 운영 방식을 배우기 위해 학교를 찾을 정도다.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 가능성이다. 학생들은 반도체 공정 뿐 아니라 외국어, 자격증, 독서활동 등을 준비하며 치열한 경쟁을 치른다.

강 교사는 "삼성은 상위 3분의 1, SK하이닉스는 상위 25% 정도의 학생들이 주된 채용 대상"이라며 "학생들은 한 달 동안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채용시험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졸업생 중 일부는 인턴십과 장학 프로그램을 거쳐 곧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입사한다. 거액의 성과급을 받은 선배들이 학교를 찾아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하면서 '반도체 드림'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의대보다 반도체"…그러나 일자리는?

뉴욕타임스는 최근 AI와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진로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며 충북반도체고등학교를 소개했다./사진=뉴욕타임스 캡처
뉴욕타임스는 최근 AI와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진로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며 충북반도체고등학교를 소개했다./사진=뉴욕타임스 캡처

NYT는 한때 최고의 진로로 꼽히던 의대 대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계약학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반도체 호황이 곧 고용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원은 "반도체 제조는 노동집약적이 아니라 자본집약적 산업"이라며 "생산이 늘어도 일자리 증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75% 증가한 2023~2025년 반도체 산업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약 1000개에 그쳤다. 같은 기간 다른 산업에서는 약 4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30년까지 AI와 로봇 기반의 자율형 반도체 공장 구축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자동화가 고용을 더욱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장비 유지보수 업체 XT의 최승국 매니저는 "하청업체들은 매년 더 낮은 단가로 경쟁해야 해 임금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며 "자가 세척 기능이 있는 장비가 도입되면 지금의 일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NYT는 AI 시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지만, 그 과실이 모든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며 자동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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