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평균환율 1525원 외환위기 이후 28년만
원·달러 환율 ‘1500원 시대’ 고착
저항선 아닌 새로운 기준점 우려
美 긴축기조·强달러 흐름도 영향
실물경제 여파… 물가 3%대 압박
환율 ‘고공행진’
이달 원·달러 환율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한 달 넘게 달러당 1500원대에 고착되며 '1500원 시대'를 굳혀가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1500원이 더 이상 일시적 저항선이 아닌, 새로운 환율 기준점으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평균 달러당 1525.91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1626.7원)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 불안이 극심했던 2009년 3월 평균 환율(1453.3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최근 원화 약세가 과거의 위기 국면과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1500.8원) 이후 지금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29거래일 연속 달러당 1500원 선을 웃돌고 있다. 과거 1500원은 외환시장 불안을 나타내는 상징적 숫자였지만 최근에는 시장 참가자들이 하나의 가격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 고공행진과 함께 원화 가치 약세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5월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4.75로 집계됐다. 올해 1월(87.02) 이후 하락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교역 상대국 통화와 비교한 원화의 실질가치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 상승이 단순한 달러 강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긴축 기조와 달러 강세 흐름에 더해 대미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인 달러 수요가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과거 환율 상승 국면에서 완충 역할을 했던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충분히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향후 해외투자 과정에서 다시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보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기보다 들고 있으려는 심리가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환율 급등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방향 자체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원화 강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형성되고, 기업들의 네고 물량이 다시 유입돼야 환율도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1500원'의 충격은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부분이 물가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 비용이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과 생활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대로 올라선 데 이어 다음 달 2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도 3%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고환율이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질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기업들이 커진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경우 소비자 부담은 물론 내수 회복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태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