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이란 서로 "네탓"… 잇단 무력충돌에 흔들리는 종전협상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 "이란이 상선 공격" 보복공습
이란은 "미국이 합의 위반했다"
미군기지 있는 걸프국에 반격
호르무즈 둘러싼 군사긴장 고조
MOU 후속 실무회담도 '불투명'

지난 27일(현지시간) 오만 북부 무산담 반도 인근의 호르무즈 해협 앞바다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미국과 이란이 보복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7일(현지시간) 오만 북부 무산담 반도 인근의 호르무즈 해협 앞바다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미국과 이란이 보복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의 상선 공격을 문제 삼은 미군의 보복 공습과 이란의 반격이 연이틀 계속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자제하지 않으면 대대적 군사작전에 나서겠다면서 위협 수위를 높였다. 양측이 무력 충돌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이르면 29일로 예상됐던 후속 실무회담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종전 협상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27일(현지시간) "상업용 선박에 대한 이란의 계속되는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을 공습했다"면서 "미군 항공기가 이란의 정찰 인프라, 통신 시스템, 방공 기지, 드론 저장시설 등 10개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이 군 통수권자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했다.

중부사령부는 "어제 이란이 상선 에버러블리호를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공습을 가한 후, 이란은 오늘 오전 4시30분(미국시간) 키쿠호에 일방 공격용 드론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키쿠호는 파나마 국적의 유조선으로 2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중부사령부의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를 확인하면서 "우리가 아주 성공적으로 시작한 일을 군사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위협 수위를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IRGC "합의 위반할 때마다 대응"

그러나 이란은 이 같은 경고에도, 곧바로 미군 기지가 있는 걸프 국가를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미군의 추가 공습에 대응해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 기지 8곳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고강도 위협을 동원한 트럼프 대통령의 자제 촉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맞불 공격으로 맞선 셈이다. IRGC는 위반이 계속되면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위협도 했다.

이란 외무부 역시 28일 미국을 향해 종전 양해각서(MOU)를 지키지 않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외무부는 "약속을 어기는 것이 미국 정부의 본성"이라고 했다.

이란의 공습을 받은 쿠웨이트군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방공망이 적대적인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고, 바레인 내무부도 공습경보 사이렌을 울린 뒤 주민들에게 대피를 당부했다.

■이스라엘도 레바논 남부 공격

한편, 레바논 전선에서도 휴전의 균열이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의 평화 기본 합의안에 서명한 지 하루 만인 27일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 지역을 공격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번 합의 원칙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전역에서 무장해제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병력을 철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공격을 정당화했다.

이처럼 휴전 MOU 체결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과 레바논 전선에서 충돌이 반복되면서, 핵심 갈등을 봉합하지 못해 '불완전한' 휴전 체제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란과 체결한 MOU의 '모호한' 표현들이 2주도 채 되지 않아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연구원은 AFP통신에 "이란이 더 큰 충돌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국제 해상 운송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서 계획적이고 저강도인 강압적 활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기자 정보

#이란 #미군 #공격 #해협 #군사적 긴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