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46개 공항 하나로 묶어 운영… 스페인서 찾은 韓하늘길 해법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AENA 스페인 전역 통합 운영
공동 마케팅 등 협력 상생 초점
작년 상업 매출 10% 상승 결실
韓 지방공항 활성화 전략 부상
"이원화된 공사 구조 개편 필요"

안헬 산스(Angel Sanz) AENA 전략 및 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사(왼쪽 여섯번째)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서 AENA '통합 공항 운영 모델'의 성공 사례를 강연한 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안헬 산스(Angel Sanz) AENA 전략 및 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사(왼쪽 여섯번째)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서 AENA '통합 공항 운영 모델'의 성공 사례를 강연한 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파이낸셜뉴스 마드리드(스페인)=김동호 기자】 스페인 전역 46개 공항을 단일 운영하는 공항운영 그룹(AENA)의 '통합 공항 운영' 모델이 국내 지방공항 활성화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AENA의 단일 체계가 창출하는 시너지를 벤치마킹하며, 이원화된 국내 공항 운영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 공항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전략 수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단일 수익 계정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

스페인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만난 안헬 산스(Angel Sanz) AENA 전략 및 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사는 "AENA 상생 전략의 핵심은 공항을 개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하나의 네트워크 모델하에 통합해 관리하는 단일 운영체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AENA는 개별 공항 단위의 분리된 수익 계정을 두지 않고 통합된 단일 수익 계정만 운영한다"라며 "항대형 공항이든 소형 공항이든 네트워크에 속한 모든 공항은 이 체계가 창출하는 시너지와 효율성, 그리고 규모의 경제로부터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상생 전략은 항공사 유치 시 활용하는 '노선·공항별 차등형 유치 인센티브' 체계다. AENA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방공에 트래픽을 유치하기 위해 철저한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산스 총괄 이사는 "유럽은 항공 교통이 완전히 자유화된 시장이기에 항공사를 설득하는 것이 공항 운영사의 핵심 역할"이라며 "경쟁력 있는 공항 운영 비용과 더불어 초기 인센티브 및 할인, 관광 기관의 지역 홍보 지원이 모두 결합되어 제공될 때 항공사가 실질적인 수익성을 체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상업시설 운영에서도 유연한 입찰 방식이 돋보인다. AENA는 상업시설 사업권을 단순히 하나로 묶는 것이 아니라, 입찰 사안과 권역별 특성에 맞춰 '롯(Lot)'을 유연하게 구성해 낙찰을 진행한다.

실제 2023년 진행된 대규모 글로벌 면세점 입찰에서는 스페인 전역 21개 입찰 대상 공항을 단일 묶음이 아닌 마드리드 단독, 안달루시아, 카나리아, 카탈루냐, 발레아레스, 북부 권역 등 총 6개의 롯(Lot)으로 세분화해 상업적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와 함께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역시 철저한 '데이터'와 '조율'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AENA는 지자체나 관광청의 마케팅 펀드에 직접 출자하기보다는 현지 관광 당국이 가장 효과적인 항공·관광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신 '세계 노선 개발 박람회(Routes)' 등에서 공동 마케팅을 펼치거나 특정 타깃 노선의 수요 예측 비즈니스 케이스를 함께 제안하는 방식으로 긴밀히 협조한다. 이를 통해 과거 영국행 노선이 거의 전무했던 소규모 지방 공항인 헤레스(Jerez) 공항에 성공적으로 트래픽을 유치하고 영국 시장에 확고히 자리 잡도록 유도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나의 표준'이 만들어내는 혁신의 속도도 통합 운영의 강점이다. AENA는 혁신 및 고객 경험에 관한 별도의 전략 계획을 바탕으로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지난해 상업 매출을 전년 대비 10% 증가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통합 거버넌스' 도입 논의해야

반면 한국의 공항 산업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 운영이 쪼개져 있어 이같은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포공항의 노선 확대는 정책으로 막혀 있고, 최대 허브인 인천공항은 별도 운영사로 분리돼 있다. 노선 패키지딜이나 상업시설 번들 컨세션의 파급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AENA의 통합 모델은 국내 공항운영사가 통합될 때 창출될 폭발적인 시너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양 공사가 통합되면 인천공항의 강력한 항공 네트워크와 상업적 레버리지를 활용해 지방공항의 신규 노선을 개설하고 글로벌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다.

산스 총괄이사는 "한국의 공항 운영사가 나눠져 있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지만, AENA를 비롯해 프랑스 파리(샤를 드골)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의 주요 공항들은 공공과 민영화의 중간 지점을 택해 이미 검증을 마쳤다"라며 "한국도 스페인과 프랑스 등의 사례를 참고해 상황에 맞는 성공적인 통합 모델을 만들어 내는 도전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hoya022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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