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건강하게"… 장애인 홀로서기 이끄는 통합돌봄[장벽없는 대한민국]
보호대상 아닌 복지권리 주체로
흩어진 정책 생애주기별로 연결
요양원 떠난 집에서도 든든하게
주거·돌봄·재활 등 원스톱 지원
평생 돌봄 필요한 발달장애 주목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망 촘촘히
연금 올리고 공공일자리 더 늘려
이웃과 함께 사는 자립환경 조성
정부가 260만 장애인들의 권익과 건강, 거주와 자립 등에 대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에 흩어져 있고 분절된 정책을 생애주기별로 연결·순환하고 집중하는 방식이다. 국가책임 돌봄과 새로 제정된 장애인권리보장법을 토대로 장애인들의 숙원을 풀면서 정책 전환을 위한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는 평가다. 정부는 더 많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복지와 권리 보장을 두텁게 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장애인 정책 패러다임 전환 첫발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국민주권정부)가 지난 1년 역점적으로 추진한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이 복지의 수혜자, 보호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에 필요한 삶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가 돌봄과 의료, 주거, 복지 등을 연결하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년은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기로 평가된다. 생애주기별로 흩어져 있던 돌봄과 자립, 소득과 건강 보장으로 연결해 체계화하고, 이에 필요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복지부가 꼽은 장애인 정책의 성과는 크게 다섯가지다. △생애주기별 돌봄 서비스 확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주거 자립지원 사업 전국 실시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 수립 △저소득 중증장애인 연금·공공일자리 확대다.
차전경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올해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 보건종합계획 수립 등과 같이 장애인들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는 굵직한 정책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받는 정책은 장애인 통합돌봄이다. 일상생활이 힘든 지체, 뇌병변 등 중증 장애인들이 병원이나 요양원을 벗어나 자신이 사는 집에서 의료·요양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통합돌봄 서비스다. 돌봄통합지원법에 따라 지난 3월 전국에서 본사업이 시작됐다.
복지부는 재활, 가사 간병 방문 지원 등에 이어 건강주치의, 장애친화 산부인과, 장애특화 구강 진료 등 13종의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차 국장은 "올해 안에 모든 기초 지자체까지 장애인 통합돌봄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 제도가 안착되면 가족의 간병, 돌봄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분을 일으킨 울산, 인천 강화 등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성폭력, 신체·정서적 학대 사건은 장애인 인권 강화 종합대책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범부처 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전국 장애인시설의 인권침해 실태를 점검했고 인권 담당자 지정 운영, 인권침해 위반사실 공표 강화, 신고의무자 교육실효성 지정 등 대책 이행에 속도를 냈다.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 속도
지난 2월 발표한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2026~2030년) 이행에도 속도를 낸다. 장애인 건강에 대한 체계적 정책 지원을 별도로 담은 첫 종합계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아플 때 장벽 없이 의료체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수와 진료, 수납 등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제공하는 '장애친화병원'이 도입된다. 복지부는 장애친화 산부인과, 장애인 건강검진기관,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등 장애친화 의료기관을 시·도에서 1곳 이상을 꾸준히 확충할 계획이다.
퇴원 이후에는 살고 있는 집 인근에서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역재활병원을 늘린다.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활성화하고 장애인 건강검진기관도 전국에 확대 운영한다. 지난 1월 대부분 사업장에서 의무화된 '장벽없는(배리어프리)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안착에도 힘을 쓰고 있다.
올해 장애인 연금·수당도 올렸다. 복지부는 지난 1월 물가상승률(2.1%)을 반영해 소폭 올린 기초급여액 34만9700원을 고시했다. 기초급여액에 부가급여(9만원)를 더한 장애인연금 급여액은 매월 최대 43만9700원이다. 수급자는 35만명 정도다.
장애인연금 외에도 18세 이상 경증장애인 중 기초생활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43만5966명)은 월 6만원의 장애수당을, 같은 취약계층의 18세 미만 중증·경증 장애아동(1만8595명)은 월 3만~22만원의 장애아동수당을 받고 있다.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활동지원 서비스도 강화됐다. 전년보다 11.2%(2844억원) 늘어난 2조8164억원의 예산이 올해 편성됐다.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공공 일자리도 늘었다. 복지부는 지난해보다 2300명 늘어난 3만5846명에게 공공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국가가 책임지고 발달장애인 돌봄
복지부는 앞으로 장애인 권리 기반을 강화하면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을 역점적으로 추진한다.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는 장애인정책 전환을 상징하는 정책이다. 평생에 걸쳐 도움이 필요하고 가족 돌봄 부담이 큰 발달 장애인 돌봄을 전 생애에 걸쳐 국가가 책임진다는 점에서다.
복지부는 아동기 조기 발견부터 성인기 돌봄, 부모 사후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별 맞춤형 서비스 지원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발달장애인은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 등을 포함해 지난해 기준 28만8000명(전체 장애인의 11%)에 이른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대상을 1만2000명에서 3만명까지 확대한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통합돌봄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 이용자를 5500명(2025년 2300명)으로 늘린다.
차 국장은 "발달장애인 돌봄 서비스 안착에 힘을 모을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포함해 하반기에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종합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장애인 소득 및 일자리도 두텁게 지원한다. 우선 장애인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연금 지급 대상을 '장애가 심한' 장애인 전체로 확대한다. 종전의 1급, 2급 및 3급 중복 장애에서 '3급 단일 장애'를 추가해 연금액을 차등 적용한다.
장애인 자립 지원은 내년 3월 본사업에 들어간다. 현재 전국 44개 지역에서 시범사업 중인데, 이를 통해 506명(누적, 올 2월 기준)이 자립한 것으로 복지부는 집계했다.
대규모 집단거주 형태의 장애인 거주시설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복지부는 아파트, 빌라 등 가정과 같은 개별주거 공간 전환, 지역사회 자원 활용 등 운용방식을 전환할 계획이다. 내달 중에 국내 첫 독립형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주 공립형 장애인 거주시설'을 개소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