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청년에게 필요한 건 양질의 일자리

파이낸셜뉴스
김찬미 경제부
김찬미 경제부

언제부턴가 '쉬었음'은 청년들에게 자조의 언어가 됐다. 취업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의욕을 잃은 사람을 빗댈 때도 '쉬었음'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통계 분류 용어였던 이 단어는 이제 예능에서는 웃음 소재가, 온라인에서는 하나의 밈이 됐다.

단어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사이 현실은 더 무거워졌다. 지난해 쉬었음으로 분류된 2030세대는 71만7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2022년 62만명 수준이던 2030 쉬었음 인구는 2024년 69만명, 지난해에는 72만명에 육박하며 가파르게 늘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발표한 청년 뉴딜 정책은 대기업이 설계·운영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 'K뉴딜 아카데미'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공공 일경험과 구직촉진수당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청년들의 실무 경험과 취업 경쟁력을 높여 노동시장 진입을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숫자가 말하는 현실은 정부의 진단과는 조금 다르다. 청년들이 준비가 부족해서 '쉬었음' 상태에 머무는 것이라면 대졸 이상 고학력 청년들이 증가세를 주도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졸업 이후에도 자격증과 인턴 경험을 추가하며 취업을 미루는 '취업 유예'는 일상이 됐다. 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준비를 마쳤는데도 들어갈 만한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다.

이제 정부의 시선도 청년이 아닌 노동시장으로 향해야 한다.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은 신규 채용부터 줄였다. AI 확산은 신입보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흐름을 키웠다.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는 기업은 많지만 정작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역설이 이어지고 있다. 채용이 줄어드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청년들의 경쟁력만 높이려 해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책의 무게도 취업 지원을 넘어 노동시장에 활력을 되살리는 데 실려야 한다.

'쉬었음'이 밈이 된 것은 청년들이 게을러졌기 때문이 아니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체념을 웃음으로 포장하는 법부터 배웠기 때문이다. 이제 청년들에게 또 하나의 강의실을 열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강의실이 아니라 준비를 끝낼 수 있는 노동시장이다.

hipp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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