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LNG추진선 심장 '고압펌프' 국산화 성공…해외 독점 깬다
LNG 연료공급용 고압펌프 독자 개발…국내 중소기업과 손잡고 국산화 결실
프랑스 선급·라이베리아 기국 인증으로 성능·안전성 공식 검증…70여 척분 공급 계약 확보
친환경 선박 핵심 기자재 공급망 안정성 제고…"실선 적용해 고객 만족도 높일 것"
[파이낸셜뉴스] HD한국조선해양이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의 핵심 기자재인 고압펌프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동안 해외 업체가 사실상 독점해온 시장의 벽을 깨고, 친환경 선박 기자재 공급망의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경남 진해에서 LNG 연료공급용 '고압펌프(High Pressure Pump)'의 최종 성능 검증 및 형식 승인 인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 고압펌프는 HD한국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한 제품으로, 프리텍·성문 등 국내 중소기업이 제작과 패키지화 과정에 참여해 국산화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에는 남영준 HD한국조선해양 SD사업대표(부사장)를 비롯해 김정식 라이베리아 기국(LISCR) 한국등록처 대표, 김성용 프랑스 선급(BV·뷰로베리타스) 전무, 박해흠 프리텍 대표, 이재홍 성문 대표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고압펌프는 LNG를 연료로 쓰는 친환경 선박에서 엔진에 고압의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장비다. 특히 강화된 환경 규제에 대응해 주목받는 천연가스 추진엔진(ME-GI 엔진)은 LNG를 최대 300바(bar) 안팎의 초고압 상태로 가압해 분사하는 방식이어서, 고압펌프의 신뢰성과 내구성이 곧 선박 안전성과 직결된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 역할을 하는 부품인 셈이다.
그동안 이 장비는 미국·유럽 등 일부 해외 업체가 시장을 주도해와 국내 조선업계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에 따라 납기 지연, 유지보수의 어려움, 가격 협상력 약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등의 한계가 꾸준히 지적돼왔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약 2년 6개월에 걸쳐 안전성·성능·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독자 모델 개발에 매진했고, 이번 인증을 통해 친환경 선박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급망 안정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성과는 HD한국조선해양 단독이 아니라 프랑스 선급, 라이베리아 기국 등 관련 기관이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발 초기부터 라이베리아 기국과 실제 선박 운항 환경을 고려한 시험평가와 검토를 진행해 안정성을 높였다. 190여년 역사의 세계적 인증기관인 프랑스 선급 BV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라이베리아 기국은 총톤수 기준 약 2억6700만t, 5500척 이상의 선박이 등록된 세계 1위 기국이다. 전 세계 상선의 약 17%를 차지한다.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검증을 거친 만큼 해외 시장 진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실제로 해당 제품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까지 국내외 조선소와 70여 척분의 공급 계약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인증을 발판으로 실선 적용과 시장 확대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국산화는 LNG 추진선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흐름과 맞물려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국제해운 탄소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LNG·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 추진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드루리(Drewry)는 2030년까지 150~250척의 신조 LNG 운반선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수주 목표였던 150억2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174억1700만달러(약 135척)를 수주하며 목표 달성률 116%를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LNG선이 자리했다. 핵심 기자재를 자체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원가 경쟁력과 납기 대응력은 물론 친환경 선박 기자재 시장에서의 기술 주도권까지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남영준 HD한국조선해양 SD사업대표는 "이번 인증식은 선급, 기국, 국내 우수 협력사들과 함께 HD한국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한 고압펌프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인한 뜻깊은 자리"라며 "검증된 안정성을 바탕으로 실선박에도 성공적으로 적용해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한 단계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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