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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법 "트럼프 독립기관 해임권 인정…연준은 예외"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지난 1월 워싱턴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지난 1월 워싱턴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부분의 독립 규제기관 수장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했다. 1935년부터 약 90년간 유지돼 온 독립기관장 임기 보장 원칙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정치적 독립성이 필요한 특수한 기관이라며 예외를 인정해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에는 제동을 걸었다.

90년 판례 뒤집은 대법원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서로 연관된 두 건의 사건에서 각각 6대3, 5대4로 판결했다.

먼저 대법원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레베카 켈리 슬로터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은 대통령이 독립 규제기관 수장을 교체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공직자는 대통령에 의해 해임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공직자는 대통령에게, 대통령은 국민에게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1935년 '험프리스 집행인(Humphrey's Executor) 사건' 판례를 사실상 뒤집었다는 점이다. 당시 대법원은 대통령이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독립기관장을 해임하려면 직무상 비위 등 '정당한 사유(for cause)'를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후 이 판례는 약 90년 동안 20여개 독립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돼 왔다.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번 판결로 증권거래위원회(SEC),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등 주요 독립기관장도 대통령이 사실상 임의로 교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특별한 기관"

반면 대법원은 리사 쿡 연준 이사 사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가 과거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이 있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임을 발표했지만, 대법원은 적법절차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해임에 앞서 쿡 이사에게 관련 증거를 제시하고 반박할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이후에야 법원이 해임 사유의 타당성을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결정은 절차적 판단인 만큼 적법절차를 거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해임을 추진할 가능성은 남겨뒀다.

대법원은 특히 연준은 일반 독립기관과 다른 지위를 갖는다고 분명히 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연준이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독특한 역할(unique role)'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이번 판결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도 별도 의견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릴 경우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준의 지위를 둘러싼 일시적인 불확실성만으로도 미국과 세계 경제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치적 영향력은 미국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쿡 사건은 엄격히 절차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쿡 이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미국 국민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만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해 왔다는 이유로 조작된 구실을 내세워 해임하려 했다"며 "이번 판결은 연준이 정치가 아닌 증거와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연준의 독립성만큼은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권한 범위는 물론 미국의 권력 구조와 중앙은행의 위상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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