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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심화에 속타는 日… 가계·기업 '수입 물가 폭탄' 긴장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日 금리차에 162엔선 뚫려
39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 추락
日정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 시사
"효과 제한적" 시장 전망 우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엔·달러 환율이 30일 장중 달러당 162엔을 돌파하며 약 39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과 일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일본은행(BOJ)의 신중한 통화정책이 맞물리면서 시장에서는 환율이 달러당 165엔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62.41엔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엔화가 162엔대를 기록한 것은 1986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간밤 뉴욕시장에서도 한때 161.98엔까지 떨어지며 기존 저점을 경신한 데 이어 도쿄시장에서도 엔화 약세가 이어졌다.

■美 긴축·日 완화 기조에 엔저 심화

엔화 약세의 가장 큰 배경은 미일 통화정책의 방향 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달러 매수세가 강해진 반면 일본은 경기 회복을 우선시하며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매파적 기조를 유지한 것이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기의 견조한 흐름과 높은 금리 수준도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가 7월 발표할 경제재정운영 기본방침에 '적절한 금융정책 운용'을 명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BOJ의 추가 금리 인상을 사실상 견제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도 경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적극적인 재정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류 쇼타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외환전략가는 "연준의 추가 긴축 전망과 BOJ의 늦은 대응, 재정 악화 우려가 겹치며 엔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며 "단기 변동성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약세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와 워시 의장의 추가 발언이 엔·달러 환율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미국의 물가와 고용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더욱 커지면서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한층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바타 히데키 도카이도쿄 인텔리전스랩 수석 전략가는 "162엔선에는 일정 규모의 달러 매도 주문이 있지만 이 수준을 뚫으면 손절매 물량까지 더해져 엔화 매도가 확대될 수 있다"며 "다음 목표는 165엔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호한 대응"…시장 "개입 효과는 제한적"

엔화 가치가 39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필요할 경우 언제든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며 "단호한 조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환율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응하겠다"며 "환율 변동에 강한 경제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제 개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스즈키 히로시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 외환전략가는 "정부가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 환율이 되돌려질 수는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유지되는 한 추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와 BOJ는 지난 4~5월에도 11조엔이 넘는 규모의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지만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편 BOJ에 따르면 엔화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4월 1980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엔저가 과거처럼 수출을 크게 늘리는 효과는 약해진 반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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